돈 못받고 강제 하역까지…우크라 장기화에 줄도산 위기

[우크라사태, 벼랑끝 수출입중기]①
합성수지 만드는 A사, 러시아 수출 80만불 받지 못해
우크라 PET 수출 B사, 터키에 컨테이너 강제 하역하기도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우크라 사태, 수출입 애로' 응답
"민관협력 통해 금융지원 확대, 수출입 대체시장 발굴"
  • 등록 2022-03-27 오후 8:46:40

    수정 2022-03-29 오전 10:40:28

국적선사 HMM 선박이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다. (제공=HMM)
[이데일리 강경래 박민 박순엽 기자] “러시아 업체로부터 수출대금 80만달러(약 9억 7900만원)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역금융 융자를 상환해야 하는데, 연체되면 부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합성수지와 인조대리석 원료 등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수출하는 A사 대표는 대금결제에 차질이 생기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금방이라도 끝날 줄 알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하 우크라 사태)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자금압박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미수금만 물린 게 아니라 매출 감소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까지 피해가 크다”며 “당장은 회사 유보금으로 버티겠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회사 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크라 사태가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입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줄도산 우려마저 나온다. 우크라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심화하고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며 수출입 기업들은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입 중소기업 313개사를 대상으로 ‘우크라 사태 관련 중소기업 수출입 애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7곳(70.3%)이 ‘우크라 사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은 물류 운송 차질과 대금 결제 중단, 수출통제에 따른 수출 차질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우크라이나에 산업용 폴리에스터(PET)를 수출하는 B사는 물류 운송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다. 우크라이나 현지로 운송 중이던 5개 컨테이너 물량이 우크라 사태로 인해 터키에 강제 하역된 것이다. 선사는 재선적 등 비용을 청구하고 있으며, 지체료와 함께 체선료도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B사 대표는 “물류비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단기간에 새로운 바이어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수출입 기업들은 자금난 등이 발생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거래처와 함께 공급망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추세대로라면 우크라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관협력을 통해 물류와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수출입 기업 대체 시장 발굴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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