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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수지와 인조대리석 원료 등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수출하는 A사 대표는 대금결제에 차질이 생기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금방이라도 끝날 줄 알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하 우크라 사태)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자금압박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미수금만 물린 게 아니라 매출 감소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까지 피해가 크다”며 “당장은 회사 유보금으로 버티겠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회사 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크라 사태가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입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줄도산 우려마저 나온다. 우크라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심화하고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며 수출입 기업들은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산업용 폴리에스터(PET)를 수출하는 B사는 물류 운송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다. 우크라이나 현지로 운송 중이던 5개 컨테이너 물량이 우크라 사태로 인해 터키에 강제 하역된 것이다. 선사는 재선적 등 비용을 청구하고 있으며, 지체료와 함께 체선료도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B사 대표는 “물류비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단기간에 새로운 바이어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추세대로라면 우크라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관협력을 통해 물류와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수출입 기업 대체 시장 발굴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