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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드는 대장동 의혹…檢 부실수사 현실로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저녁 9시 23분께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부정처사후수뢰(약속) 등 혐의를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이 꾸려진지 23일 만에 이번 의혹 핵심인물을 처음으로 기소한 성과지만, 그 내용 면에선 오히려 그간 불거진 ‘부실수사’ 논란이 결과로 나온 것이란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배임의 경우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통상 구속영장 청구 당시 적시된 혐의가 공소제기 과정에서 빠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시 혐의를 적시했다는 것은 입증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인데,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이후 20여일 간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은 곧 ‘부실수사’ 결과라는 지적이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구속영장에 있던 것을 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 사건의 경우 검찰 정기 사무감사에서 지적사항이고 심하면 징계까지 받는 중대 과오”라며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검찰이 총대 매고 배임 혐의 압박으로 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의도”라고 이번 검찰의 ‘혐의덜기식’ 기소의 배경을 강하게 의심했다.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남게 된 뇌물 혐의도 논란이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고 봤지만, 이 역시 공소제기 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3년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그리고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정재창씨가 각출한 뇌물 3억5200만원을 받았다고 봤지만, 이 역시 ‘반쪽 처벌’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뇌물수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유 전 본부장 처벌은 가능하지만, 뇌물공여 공소시효는 7년으로 남 변호사 등 3명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700억원 약정설’과 관련 유 전 본부장에 부정처사후수뢰(약속) 혐의도 적용했지만, 이 역시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그리고 김씨와 유 전 본부장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부정처사후수뢰의 구체적 내용은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뒤 뇌물을 주고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인데, 배임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로비 등 다른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입증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김씨와 남 변호사 등에 대한 검찰의 신병확보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이미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법조계는 물론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신철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사회에서도 특검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론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수사하는 시늉을 하지만 검찰 수사는 범죄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아닌, 범죄 은폐를 위한 공작”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특검 요구 공동성명까지 내놓았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선 향후 이번 의혹 수사를 특검에 넘기더라도, 그간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한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공소장을 보면 결국 검찰이 지난 20여일이 넘는 시간 동안 수사한 결과는 아주 오래 전 유 전 본부장과 그 일당들이 개인적 일탈로 뇌물을 주고받은 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도 뇌물을 준 사람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며 “대선을 앞둔 중대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철저 수사’를 지시한 이 사건을 이렇게 부실하게 수사했다면, 향후 특검으로 가더라도 이에 앞서 검찰 내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수사지휘를 맡은 김태훈 4차장검사를 교체하는 것이 검찰의 최소한의 책임이자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