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평화협상 진전에도…러 "우크라 군사작전 목표 달성"

러-우크라, 16일 중립국화 등 논의…"진전있다"
ICJ "러 군사작전 멈춰라"…러 "우리는 잘못없어"
우크라 "러, 시간벌기 수작일수도…압박 높여야"
  • 등록 2022-03-17 오전 10:54:47

    수정 2022-03-17 오후 8:34:47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평화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및 군대규모 제한 선언을 전제로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초안을 최종 논의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서방국들은 아직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점령 의도가 없었다면서 협상 의사를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 의회에서 화상연설하는 모습. 사진 AFP
러시아·우크라이나, 4차 협상 사흘째 되어서야 제안 전면 검토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4차 평화협상 사흘째를 맞은 16일(현지시간)에 처음으로 제안된 내용을 전면 논의하기 시작했다. 15개항으로 구성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미국, 영국, 터키 등 해외 동맹국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대가로 해외 군기지나 무기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논의를 중심으로 양국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측이 먼저 알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매체 R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도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 지위에 근거한 우크라이나의 중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 평화협상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현지 언론에 “조만간 평화협정에 도달할 것”이라며 휴전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그는 명확히 규정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며, 러시아가 제안한 오스트리아·스웨덴식 중립국 모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세부사항 논의에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렸다.

양측 협상에는 이스라엘과 터키 등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5일 모스크바를 깜짝 방문한 데 이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이어가는 등 중재에 나섰다.

국제사법재판소 “러시아, 군사작전 즉각 멈춰라”

유엔(UN)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군사작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명령했다. ICJ 재판부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계를 상대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며 전쟁을 정당화하는 러시아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러시아는 자국 통제 하에 있거나 지원받는 다른 병력이 군사작전을 계속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평화협상과 별개로 공세를 이어가며 꿈쩍않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 지역과 다른 도시들에 출현한 것은 점령 의도를 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잘못이 아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중립국 지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군사 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FP
실제로 러시아는 이날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시내 극장을 폭격했으며 이로 인해 수백명의 시민들이 대피처를 잃었다. 폐허에 매몰된 시민들의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같은 태도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내용을 적극 공개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다른 의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한 평화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혹여 군대를 재편성하고 공세를 재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도 나타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계자는 “이는 속임수와 환상일 수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국경 병력 증강 등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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