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우크라이나와 서방국들은 아직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점령 의도가 없었다면서 협상 의사를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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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4차 평화협상 사흘째를 맞은 16일(현지시간)에 처음으로 제안된 내용을 전면 논의하기 시작했다. 15개항으로 구성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미국, 영국, 터키 등 해외 동맹국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대가로 해외 군기지나 무기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논의를 중심으로 양국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측이 먼저 알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매체 R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도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 지위에 근거한 우크라이나의 중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양측 협상에는 이스라엘과 터키 등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5일 모스크바를 깜짝 방문한 데 이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이어가는 등 중재에 나섰다.
국제사법재판소 “러시아, 군사작전 즉각 멈춰라”
유엔(UN)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군사작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명령했다. ICJ 재판부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계를 상대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며 전쟁을 정당화하는 러시아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러시아는 자국 통제 하에 있거나 지원받는 다른 병력이 군사작전을 계속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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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같은 태도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내용을 적극 공개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다른 의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한 평화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혹여 군대를 재편성하고 공세를 재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도 나타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계자는 “이는 속임수와 환상일 수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국경 병력 증강 등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