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기소에 '오락가락' 공소장…檢 내부서도 '특검' 목소리

유동규 공소장서 배임 혐의 빠지고 뇌물액은 반토막
뇌물 명목도 영장청구 때와 달라져
늑장 압수수색 등 부실수사 논란이 이어져
정치권·시민사회 물론 내부서도 "특검 도입해야"
  • 등록 2021-10-24 오후 4:28:00

    수정 2021-10-24 오후 9:40:45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검찰이 지난주 ‘대장동 4인방’ 중 1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 때와 달리 공소장에 배임 혐의가 빠지고 뇌물 명목도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쪽기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초기부터 ‘늑장 압수수색’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야권과 법조계는 물론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나 검찰 내부에서 조차 특별검사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성남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검찰 마크가 붙은 유리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법죄 가중처벌법 상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유 전 본부장의 공소요지를 보면 지난 2일 구속영장 청구 당시보다 혐의 내용이 대거 빠졌다는 점이다. 당초 구속영장 청구서엔 8억 원 대 뇌물수수 혐의와 수천억 원대 배임혐의가 포함돼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등과 함께 민간 사업자에게 거액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해 공사 측에 입힌 손해는 최소 1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얘기였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입증해 배임 혐의를 적용할 경우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당시 윗선과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뇌물액도 8억 원에서 3억 5200만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뇌물명목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서엔 김씨로부터 5억 원,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정모 씨로부터 3억 원 등이라고 적시돼 있었지만 공소장엔 단순히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사업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일단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 참여연대 등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조차 ‘봐주기 수사’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유 전 본부장을 구속 기소 하면서 배임 혐의를 뺀 것은 공소권 남용 수준”이라며 “구속영장에 있던 것을 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 사건의 경우 검찰 정기 사무감사에서 지적사항이 되고 심하면 징계까지 받는 중대 과오”라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 구속 기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서야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전담수사팀 구성 후 무려 23일 만이다. 여기에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수사 방향과 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내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검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배임 혐의가 빠진 것을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특검 도입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친정부 성향의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검찰이 피의자 일부의 진술에 의존하다 객관적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여야 정치인과 전직 검찰 출신 인사가 다수 관련되어 있는 이런 사건일수록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신뢰받지 못하면, 결국 특검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24일 김씨와 남 변호사를 불러 보강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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