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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전날 한진중공업 보통주 9151만9368주 전량을 감자한다고 공시했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30.98%)와 조남호 회장(0.5%) 지분은 전량 소각돼 모두 ‘0’이 된다. 조남호 회장은 완전히 경영권을 잃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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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그간 몇 차례 회의를 갖고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한진중공업은 부실의 근본 원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지난달 현지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동반부실에 빠졌다.
채권단은 감자 이후 68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해 부채비율을 낮춰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출자전환으로 한진중공업은 상폐 위기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 비율이 50% 이하로 하락해 상장폐지요건이 해소될 예정이다.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 약정 기간도 2020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과 멀어지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3월 29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 이로써 조 회장 임기는 3월 말 종료된다.
업계에선 결국 그룹 해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중공업홀딩스의 핵심 자회사인 한진중공업이 채권단 산하로 떨어져나가면서 지주사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간 조남호 회장은 자신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 49.25%를 통해 지주사에서 한진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행사해왔으나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면 영향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진중공업그룹의 모태가 조선업인 만큼 그룹 내에서 한진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한진중공업과 한일레저, 대륜E&S 등 3개 자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대부분이 한진중공업에 편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