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안하니까"…美총격 생존학생들, 민주주의 중심지서 '생존' 외친다

내달 24일 백악관·국회 앞서 총기규제 촉구 행진
트럼프·정치권에 반기든 10대…총기규제 완화 규탄
"트럼프, 총기協서 3000만弗 받아…우리 목숨 얼마?" 비난
  • 등록 2018-02-19 오전 10:52:45

    수정 2018-02-19 오전 10:52:45

학생 및 교사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생존한 학생 에마 곤잘레스가 지난 17일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결국 참다 못한 학생들이 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 모여 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권에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아서다. 특히 미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워싱턴에서, 그것도 ‘10대’ 학생들이 정치권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으론 미국의 민주주의가 자국민조차 보호하지 못해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 주요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생존한 학생들이 내달 24일 워싱턴에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우리의 목숨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벌이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은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강화 여론이 크게 일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권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다. 결국 10대 학생들이 직접 나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기를(Never Again)”, “부끄러운 줄 알라(Shame on you)”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할 계획이다. 주요 타깃은 총기규제를 완화한 정치인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대거 동참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생존 학생인 캐머론 캐스키는 이날 “어른들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에 우리는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며 “전미총기협회(NRA)에서 돈을 받은 정치인 그 누구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생존자 에마 곤잘레스는 “그들(정치인들)은 총기규제가 총기사건을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착한 사람의 총이 나쁜 사람의 총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총과 칼이 같다고 하는데 칼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칠 수 없었다. 범인의 정신 건강에 따른 문제도 아니다. 모두 헛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내 앞에서 이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됐을 비극이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즉히 그에게 NRA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그가 받은 돈이 3000만달러라는 걸 안다. 올 들어 한 달 반 동안 총에 맞은 사람 수로 나누면 5800달러다. 트럼프 당신에게 우리 목숨의 가치는 얼마인가?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반문했다.

그동안 미 정치권은 총격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 총기규제 강화를 수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NRA의 강력한 반대 로비, 정치적 이해관계, 헌법상 총기소유권 문제 등으로 매번 무효화·백지화됐다. 특히 총기소지 옹호론자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의회 내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은 동력을 잃은 상태다. 오히려 지난 해 12월 미 하원은 공화당 주도로 총기규제 완화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민주당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상·하원을 다 차지했으면서도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또 “플로리다 총격범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수많은 징후가 있었다. 그는 심지어 나쁘고 기괴한 행동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이웃과 급우들은 범인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관련 법안 통과 등 총기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말을 결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제정했던 정신질환자 총기구매 제한법을 지난 해 폐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대다수 미국인이 원하고, 오래 전 해결했어야 하는 총기규제법을 포함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미 정치권에 총기규제 입법을 강하게 촉구했다.

한편 미국에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총기 사건·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무려 31만여명에 달한다.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겐 민감한 이슈여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상당 수 후보자들이 총기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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