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일반적으로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 발행처럼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을 선택한다. 이는 어느정도 신용도를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만년 적자 프로야구단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수년 전 LG트윈스는 프로구단으로선 이례적으로 시장조달 형태인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적이 있는데 모회사 LG(003550)의 지원가능성이 부족한 신용도를 보강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롯데자이언츠는 최근 롯데쇼핑(023530) 롯데제과(004990) 롯데칠성(005300)음료 등 계열사로부터 유상증자 형태로 3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한화이글스, SK와이번스, 두산베어스 등도 과거 유상증자 방식으로 계열 자금을 받았다.
이러한 유상증자 외에도 국내 프로스포츠구단은 해마다 부족한 운영비를 광고·사업수입 형태로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다. 모기업이 없는 독립구단 넥센히어로즈를 제외하고 말이다. ☞[야구의 경제학]⑤사상 첫 ‘흑자의 꿈’ 다가선 히어로즈자본시장을 통한 조달도, 계열사 지원도 언감생심이다. 스스로 부족한 현금흐름의 물꼬를 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장래매출채권 자산유동화’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수합병(M&A)전문가 이장석 대표와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표방하는 히어로즈의 경영성격에 부합하는 첨단 금융기법이라 할 수 있다.
개인에 비유하면 미래에 받을 월급이나 상여금을 믿고 신용카드 할부로 물건을 사는 것과 유사한 논리이다. 대한항공(003490)이나 아시아나항공(020560) 같은 항공업체들이 항공권판매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즐겨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넥센히어로즈의 2014년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구단은 현재 150억원 규모의 장래채권 유동화 계약을 맺고 있다. 구단이 유동화에 활용한 자산은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와 맺은 후원금채권 △입장권판매대행사 인터파크와 맺은 판매대행채권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받을 중계권 채권이다. 세 종류의 모두 넥센히어로즈가 야구단 운영을 지속한다면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자산이다. 당장 운영비가 부족한 히어로즈 입장에선 미래에 받을 자산을 앞당겨 현금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구단이 금융회사에 장래채권을 맡기고(신탁), 서류상 회사인 ‘히어로즈유한회사’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받는(차입) 자산담보부대출(ABL) 방식으로 보인다.
용어설명
장래채권 자산유동화: 장래에 발생할 매출채권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 항공사들이 항공권판매대금채권을 활용해 많이 발행한다.
▶ 관련기사 ◀
☞ [야구의 경제학]⑥삼성라이온즈가 대규모 흑자 낸 비결
☞ [야구의 경제학]⑤사상 첫 `흑자의 꿈` 다가선 히어로즈
☞ [야구의 경제학]④`화끈한 한화` `인색한 롯데`, 정말 그럴까
☞ [야구의 경제학]③이승엽 연봉과 같은 라이온즈의 지분가치
☞ [야구와경제]②범삼성가 모습 간직한 삼성라이온즈
☞ [야구와 경제]①'절대강자' 삼성라이온즈, 재무구조 순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