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4·11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통신사들이 좌불안석이다. 통신업계는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통신요금 인하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사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에 1당 자리는 내줬지만 세를 크게 확장한 야당 측의 공세가 커질 경우 이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데는 정치권은 물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꺼내든 해법은 다르다. 방통위는 통신사를 압박해 요금을 인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아래 세제지원과 경쟁 유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19대 국회에서 휴대전화 요금과 유료방송 이용료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고 통신료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이 내놓은 공약은 보다 직접적이다. 통신사가 부대 요금을 없애거나 요율을 낮춰 통신요금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 1당이 된 새누리당은 음성통화 20%인하,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도입,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 대한 요금 20% 인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통합당은 좀 더 파격적으로 기본요금 및 가입비 폐지,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와이파이 무상제공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방통위와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안은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방통위의 방송·통신요금 부가세 폐지 및 소득공제 추진에 부정적이다.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재정부는 방통요금에 대한 부가세 면제 요구를 수용할 경우 다른 업계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공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공약은 통신사들의 수익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통신사들은 정치권 공약을 일부만 수용해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은 물론 아예 적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의 공약인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최소 3조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본료를 없앤다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의 공약 가운데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통신망 과부하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 대한 20% 요금인하는 다른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로 도입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인 통신사들이 수익 악화를 무릅쓰고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했다가는 주주들의 항의에 견뎌낼 재간이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 공약을 이행하려면 통신사들을 모두 공기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 정당 통신비 인하 공약
새누리당
*음성통화 요금 20% 인하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적용
*단말기 보조금 받지 않는 가입자 요금 20% 인하
민주통합당
*기본요금 및 가입비 폐지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공용 무선랜(WiFi, 와이파이) 무상제공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위반 처벌
통합진보당
*광대역 무선랜 무료 구축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기본요금 및 통신요금 대폭 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