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인셉션`과 `나쁜 유전자`, 민심을 읽는다는 것

  • 등록 2011-10-27 오후 1:09:32

    수정 2011-10-27 오후 1:09:32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인셉션`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친다는 발칙한 상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정교하게 짜여진 `설계`를 통해 사람의 마음에 특정한 `경향(傾向)`을 심는 것. 기발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대중을 지향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유전학자들이 최근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데 능한 유전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나쁜 유전자`다. 자신의 입맛대로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기만과 위계를 서슴지 않게 만드는 유전자들이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일은 일찍이 권력자들의 유력한 지배 수단이었다. 15세기 스페인 무적함대가 남미를 초토화시킬 무렵 식민지 원주민들에게 휘둘렀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아닌 종교였다. 정신을 가져야 모든 것을 갖는다는 사실을 스페인 점령자들은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유럽 본토에서는 정작 사라졌던 마녀사냥과도 같은 야만적 행위가 18세기까지도 남미에서는 횡행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역사적 아픔이 있기 때문에 현명한 선조들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미덕으로 여기고 지켜왔다.

그런데 얼마전 한 대형 교회의 이름있는 목사가 신도들을 상대로 대표 기도 도중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을 어떻게 하나”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 목사는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한쪽을 편드는 발언을 해 종교의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랑곳없이 이번에도 입을 열었다.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편견을 심는 행위는 올바른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다.

목사까지 거들었던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는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 모른다. 여러 원인이 나오고 있지만 여당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네거티브 전략에 주력한 점도 한몫했다. `표심`만 노렸지 `민심`을 읽지 못한 것이다.

여당 대표는 선거 전날까지도 색깔론을 내세우며 노년층의 표를 계산했다. 기존 정치판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민심을 외면한 채 기존 정치판의 선거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꼴이다. 네거티브는 유권자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조종하는 1차원적 전략이다. 그러니 감동이 없다. 민심은 그렇게 얻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는 여당 대표의 말에 헛웃음만 나온다.

선거가 끝난 뒤 여야 모두 "앞으로 민심을 제대로 읽어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들의 말대로 민심을 읽었으면 한다. 민심을 선동하고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읽어 그대로 행동했으면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누가 우리의 마음을 조종하려 드는지 알고 있다. 4대강 홍보비에 혈세 수백억씩 쓴다고 해서 감동을 받을 국민들은 없다. 나쁜 유전자를 가려볼 줄 아는 국민들이다. 이 시점에서 한 네티즌의 글이 생각난다. "투표율이 낮아야 이길 수 있다는 해괴한 셈법을 가진 정당에 어느 누가 투표하겠어요?" 이것이 민심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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