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5일 올 여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속속 흥행에 실패, 박스 오피스의 추락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입된 대작 영화들이 늘어난 만큼, 실패에 따른 충격도 클 수 밖에 없다.
박스 오피스 리서치 기관인 엑시비젼 릴레이션스에 따르면, 올 여름 성수기 티켓 매출은 전년 동기비 9%, 관객 수는 11.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극장가의 여름 성수기는 오는 9월5일 노동절까지로 간주된다.
최근 몇년간 헐리우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그야말로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돼 왔다. 제작사의 마케팅 실패, 국제 유가 상승, 대안 엔터테인먼트 기기들의 매력은 물론, 심지어 광고방송의 다양화와 휴대폰의 대중화까지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 및 산업 전문가들은 최근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명제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헐리우드 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출시되는 영화 다수가 충분히 `좋은 영화`가 못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마이클 린톤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영화가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일부분 사실"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올해 뿐 아니라 최근 몇년 간 지속돼 왔다"고 진단했다.
린톤 회장은 "관객들은 영화 제작사의 마케팅에 대해 보다 명확한 판단력을 갖게 됐고, 이제 쓰레기 같은 영화들 속에서 진짜 좋은 영화를 가려낼 능력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니 픽쳐스는 최근 SF 액션 `스텔스`와 니콜 키드먼 주연(사진)의 로맨틱 코미디 `그녀는 요술쟁이`를 제작했다.
헐리우드는 한 때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 수 백개의 TV 채널, DVD 등 다양한 오락 수단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세이 회장은 "헐리우드는 똑같은 플롯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고, 지나치게 스타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관객들이 보다 나은 엔터테인먼트를 갈망하는 지극히 당연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마크 슈무거 유니버셜 부회장은 단기적인 수익에 급급해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화산업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영화 관람의 만족임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가 단기적 수익에 눈이 멀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최근 `마흔살 숫총각(The 40-year-old Virgin)`을 제작,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 `신데렐라 맨`, `퍼팩트 맨`, `키킹 앤 스크리밍(Kicking & Screaming)` 등 최근 개봉작들은 모두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부은 대작 영화들이 속속 실패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아일랜드`와 `스텔스`는 완전히 실패했으며, `배드 뉴스 베어즈(Bad News Bears)`, 린지 로한 주연의 `허비-첫 시동을 걸다`, `그레이트 레이드` 등이 모두 실망스러웠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헐리우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많은 제작사들이 시장 분석에 돌입했으며, 폭스사와 뉴 라인의 경영진 등은 각각 국제유가와 마케팅 과실에 대한 토론 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암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20세기 폭스사의 공동 회장인 톰 로스맨은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극소수 중 한명이다.
로스맨 회장은 "모든 사람들은 지금이 헐리우드 최악의 시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며 "DVD 출현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DVD는 오히려 영화 산업의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미극장소유자협회(NATO)의 존 피시안 회장 역시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구조는 여전히 건강하다"며 "단지 좋은 영화가 없는 점이 문제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면 될 일"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