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재택근무 지속…美기업들 "과거로 돌아가긴 힘들 것"

"완전한 사무실 복귀 체제 어려워" 인식 확산
설문조사서 풀타임 재택근무 희망 1월 29%→8월 41%
직원이탈 우려에 새로운 근무체제 등 대응책 마련
사무실 출근·원격근무 병행…직원들간 교류 지원 등
  • 등록 2021-08-23 오전 10:44:16

    수정 2021-08-23 오후 8:41:27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방안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사무실 복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등의 발언을 인용해 “재택근무 기간이 2년 가까이 이어지게 되면서, 미 기업 경영진 사이에선 근무 체제가 완전히 과거처럼 돌아가기 힘들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겔싱어 CEO는 “일시적 문제라면 직원들이 옛날 방식으로 금방 돌아오겠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수개월, 수년 동안은 하이브리드 및 원격 근무 형태가 표준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며 “완전히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당초 올 가을께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했던 많은 미 기업들이 델타변이 확산으로 이를 연기했다.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리프트는 내년 2월로 사무실 복귀 시점을 미뤘다. 직원들이 예정대로 출근하게 되면 23개월 만에 사무실에 복귀하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다음달 미국 내 사무실 직원 절반을 복귀시키고 10월 재택근무 미신청자 전원을 출근토록 할 방침이었으나, 내년 1월까지 이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아마존, 애플 등도 내년 1월까지 사무실 복귀 시점을 연기했다. 미 금융회사들 역시 9월에서 늦가을 또는 연말로 복귀 시한을 늦췄으며 추가 연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지난해 6월 73%에서 올해 1월 83%로 늘어났다. ‘풀타임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답한 근로자는 올해 1월 조사에서 29%였지만, 이달 19일 조사에선 41%로 급증했다. 10명 중 4명은 앞으로도 집에서 일하길 원한다는 얘기다.

이는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고 일상을 되찾게 되더라도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기업과 직원들 모두 새로운 근무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일부 경영진들은 사무실 복귀를 강요할 경우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새로운 근무 방식을 검토하거나 바뀐 환경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는 곳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은 대면 업무와 원격 근무를 혼합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1400명여명의 직원들 중 약 64%가 유연한 일정을, 35%는 원격 근무를 각각 선택했다.

이 회사의 롭 팔존 부회장은 “사무실에 있을 때 조직 문화에 더 넓은 연결 감각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과 단절되면 퇴사 또는 이직 결정을 내리기 더 쉬워질 것”이라며 “이미 많은 직원들이 다른 회사의 채용 담당자나 지인 추천 등을 통해 이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무실 복귀 시점을 9월에서 10월로 미뤄두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날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뉴욕 사무실을 완전히 철수시키고, 이 곳에서 근무했던 500여명의 직원들의 소속을 인근 뉴저지나 코네티컷주로 변경토록 했다. 직원들은 출근과 원격근무를 병행할 수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올해 초 본사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이전했다.

구글은 재택근무에 따른 임금 삭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구적인 원격근무에 따라 주거지가 바뀔 경우에 해당 지역 물가에 연동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급여·복리후생·인적자원 관리 서비스 업체 구스토 등은 직원들에게 근무방식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준 뒤, 향후 마음이 바뀌면 사무실 재개장 등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 복귀를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했다. 자산운용사 코닝은 사무실 출근 재개 시점을 내년 1월로 연기하며 매니저들에게 비공식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로펌 슈와브, 윌리암슨 앤 와이어트는 유연한 사무실 근무 재개를 시작하며 출퇴근이나 정장 차림, 동료들과 다시 대면하는데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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