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곤욕을 치렀던 홍콩에 배치한 해외법인은 1년 새 감소했다. 최근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를 겪고 있는 미얀마에도 20여 곳 되는 법인이 향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결과 국내 71개 그룹이 다수 지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은 124개국에 걸쳐 모두 4703곳으로 파악됐다고 8일 밝혔다.
개별 그룹 중에서는 삼성이 594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한화(000880)(447곳) △현대차(005380)(379곳) △CJ(001040)(373곳) △SK(034730)(367곳) △LG(003550)(360곳) △롯데(220곳) 순이었다.
해외 법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에만 885곳(18.8%)로 가장 많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71개 그룹 해외법인 5곳 중 1곳 꼴로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중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해외 법인 숫자만 해도 268곳으로 71개 그룹 중 30%를 넘었다. 미국에 법인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그룹은 한화(154곳)였다. 한화 그룹은 태양광 사업 등을 위해 미국 현지에 많은 법인을 세워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SK(78곳) △삼성(77곳) △현대차(74곳)가 미국에 설립한 법인 수와 비교해도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국내 4대 그룹이 중국(홍콩 제외)에 진출한 숫자는 317곳(36.3%)이나 됐다. △SK(92곳) △LG(80곳) △현대차(73곳) △삼성(72곳) 순으로 법인 수가 많았다.
이중 지난 해 홍콩보안법 시행 통과 여부에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홍콩에는 국내 대기업 해외 계열사가 올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월만 해도 국내 64개 그룹이 홍콩에 세운 해외 법인 숫자는 170곳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7곳 줄어든 163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대비 올해 그룹 계열사 숫자는 더 늘어났는데도 홍콩에 법인을 둔 숫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이 홍콩에 배치해둔 법인 숫자는 83곳인데 올해는 78곳으로 5곳 줄었다. 홍콩에 법인을 두었던 대기업 중 일부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법인을 철수시켰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238곳)이었다. 베트남은 일본(194곳)은 물론 싱가포르(167곳), 인도네시아(160곳) 등을 제치고 해외법인 수가 많았다. 국내 대기업은 경제적 시장 관점에서 봤을 때 일본보다 베트남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도 24개 해외법인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별로 보면 포스코와 CJ가 각 5곳씩으로 파악됐다. 이어 SK·롯데·농협·LS·하림 각 2곳, 현대차·LG·한진·이랜드 각 1곳씩 미얀마에 해외법인을 뒀다.
이중 포스코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포스코(005490)건설 △포스포강판 등이 건설·곡물도정·관광숙박시설 등의 목적으로 미얀마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었다. CJ 그룹도 CJ제일제당과 에스지생활안전 등이 동·식물성 유지와 고무제품 제조 등을 위해 미얀마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다. 이중 포스코강판 등은 지난 4월 중순 미얀마 법인의 파트너사인 MEHL과 합작관계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향후 다른 기업들도 미얀마와의 합작관계를 끝내거나 현지에서 철수하는 사례 등이 더 속출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등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만 해도 120곳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싱가포르를 비롯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에도 610곳 이상 법인이 세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4700곳 중 730곳 정도는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법인 10곳 중 1곳 이상 되는 비율이다.
오일선 소장은 “국내 대기업 중에는 세금을 줄이고 국내 세무 당국 등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위해 조세회피성이 강한 3~4개 이상 국가를 경위하며 해외법인을 서로 지배하고 있는 곳도 여러 곳이 있다”며 “최근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정하는 방안이 향후 구체화되면 국내 대기업이 조세피난처 등에 해외 법인을 세우는 과거의 행태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