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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의 주도권을 쥔 이후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공격적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분 80%를 인수한 것은 ‘정의선 체제’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기업 지분 인수다.
또 11억 달러 가치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작년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 단행한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 대한 투자(2조4000억원)에 이은 최대 규모다.
모셔널이 합작사(조인트 벤처) 설립이었다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경영권 인수로 22년 전 현대차의 기아차(000270) 인수를 떠올린다. 자동차산업의 격변 위기 때마다 선제적인 투자와 빅딜을 이룬 현대차그룹 특유의 ‘혁신 DNA’가 대를 이어 발현됐다는 평가다.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시절에 어려움을 겪던 기아차를 인수해 회생시켜 세계 5위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키웠다. 아들 정 회장은 세계 최고 로봇 기업을 인수해 로보틱스를 미래 핵심 사업군으로 ‘정의선式 경영’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아울러 이번 인수 건은 미래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서 핵심 계열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앱티브나 한전부지 매입 등 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단행 될 때 기아차가 빠짐없이 참여해 핵심적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현대글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지분(23.29%)이 가장 많은 계열사다. 회사 측은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까지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정 회장이 두 번째로 지분을 많이 보유한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307950)(9.57%)와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의 합병을 발표했다. 세 회사는 모두 IT기업으로 분산돼 있는 사업 역량을 모아 모빌리티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으로 새 출발하겠다는 취지다. 합병법인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IT부문을 강화할 핵심기업이자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