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SDS 물류 분할설을 보는 IT업계의 우려

  • 등록 2016-06-22 오전 10:52:58

    수정 2016-06-23 오전 1:22:09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글로벌 물류 회사에 다니는 이를 만난 적이 있다. 물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물류회사는 사실 IT회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하루 수백만건에 달하는 배송 물량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최적의 루트를 찾아 고객에게 전달하는데 매우 높은 수준의 IT 역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삼성SDS의 물류 부문 분할 및 삼성물산 이관설로 IT 업계가 어수선하다. 회사 측은 “분할을 검토하고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특정 사업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미래 IT를 이끌어 갈 역량을 가진 회사에 힘을 실어 주기는 커녕 빼 놓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나라밖을 보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스마트카, 드론,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AI) 등 융합 IT 서비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를 위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HW)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미래 IT의 먹을거리라는 소프트웨어(SW), 클라우드 같은 분야에서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기차, 스마트홈 등 미래 융합 IT에서 실력을 발휘하려면 HW 역량보다 SW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클라우드로 범위를 좁혀 보면 국내 시장은 이미 아마존, SAP,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 유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대항할 만한 국내 기업은 삼성SDS, LG CNS, SK 같은 IT서비스 업체뿐이다. 삼성SDS가 강점을 가진 물류 사업도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그간 쌓아온 고도의 IT 역량을 결집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깝다. 삼성SDS는 최근 세계 최초로 장부에 글자로 나와 있는 물류 정보를 가상현실(VR) 환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클라우드뿐 아니라 미래 융합 IT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외국 업체에 종속돼 막대한 국부를 갖다 바칠 수밖에 없다. 이 역할을 굳이 삼성SDS가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미래 IT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유력한 ‘선수’ 중 하나의 힘을 빼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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