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저소득층의 가계 빚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1분위 계층은 1년 전보다 소득이 5만원 늘었는데 갚아야 할 빚은 77만원 증가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건전하게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원금 만기상환을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화하다보니 빚 갚을 시기가 앞당겨진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 비율이 21.5%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빚의 증가세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06.8%로 오히려 2.0%포인트 줄었다.
빚 전체 규모의 증가보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의 액수가 늘어난 이유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금리는 오히려 인하된 반면, 빚의 원금 상환시기가 상대적으로 빨라졌다. 심영호 금융감독원 금융통계팀장은 “이자는 줄지만,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취약계층에서 원금을 일시 상환할 경우 금융 부실 위험이 크니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쪽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정책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것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계층이다. 이들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719만원으로 1년 전보다 5만원(0.7%)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이 갚아야 하는 원리금상환액은 118만6900원에서 195만5680원으로 77만원 가량 증가했다. 1분위 계층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16.6%에서 27.2%로 10.4%포인트나 급증했다. 다른 소득 계층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도 일제히 증가했다. 고소득층인 4분위와 5분위 계층도 21.2%, 19.6%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1.3%포인트 늘어났다.
자영업자도 타격이 컸다. 가뜩이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26.3%로 높았던 상황에서 26.9%로 상승했다. 상용근로자도 16.8%에서 19.5%로 상승했고, 임시 및 일용근로자도 14.9%에서 18.4%로 높아졌다. 무직 등 기타 가구도 4.0%포인트 증가한 18.1%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일정한 소득이 없는 60세 이상의 고령층의 부담이 가중됐다. 60세 이상 가구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19.4%로 4.6%포인트 증가했다. 주택을 보유한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22.6%로 1.9%포인트 증가한 반면, 월세 가구는 19.8%로 4.2%포인트나 급증했다. 전세 가구는 2.4%포인트 오른 19.1%로 조사돼 전세보다 월세 가구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진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