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6명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를 찾은 박모(22)씨는 “이젠 뭉쳐 다녀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당당하다”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앞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 후 첫 주말, 서울 도심 번화가에 인파가 쏟아졌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미뤄왔던 약속을 잡거나, 연말 계획을 세우는 등 외부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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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 8명(접종자 4명+비접종자 4명) 모임이 허용된 첫 주말인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달고나 노점상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주요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 있는 장소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기도 했다.
같은 시각 번화가인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골목이나 인도는 어깨를 부딪치지 않으면 걷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저녁이 되자 유명 음식점과 술집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이날 사람들은 그간 억눌려왔던 활동에 본격적인 기지개를 켰다. 방역 당국이 오는 11월에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위드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다. 직장인 A(29)씨는 “‘위드 코로나’가 된다는 소식에 연말 약속을 하나둘 잡고 있다”며 “빨리 코로나19 종식돼서 마스크도 벗어 던지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홍대입구의 한 술집을 찾은 정모(24)씨도 “코로나 전의 삶을 잊고 있었는데, 예전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고 있다”며 “시간제한도 풀려서 코로나19 이전의 삶처럼 다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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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홍대 클럽 거리 앞 인도는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찼다. 일부 사람은 쏟아지는 인파 때문에 차도로 밀려났다가 경찰의 통제를 받기도 했다. 홍대 축제 거리 인근 매장 앞 계단이나 화단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남은 회포를 마저 풀기도 했다.
경찰은 홍대 일대를 ‘특별방역 치안 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날 경찰기동대 240명과 순찰차, 형사강력팀 등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단속에 나섰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경찰은 일렬횡대로 서서 호루라기,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양 떼를 몰듯 사람들을 몰아 귀가하도록 유도했다. 홍대 지역에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사이렌 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방역에 대한 긴장감과 경각심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 일상회복 이행계획 대국민 발표를 할 예정이지만,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고삐를 쥐는 모습이다.
류근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22일 중대본 회의에서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방역에 대한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며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방역수칙에 어긋나는 축제나 사적 모임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