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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지난 10일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가 개발한 전기비행기 ‘E-팬’이 도버해협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E-팬은 영국 남부의 리드를 이륙해 36분간의 비행 끝에 프랑스 북부의 칼레에 도착했다.
E-팬은 2인승 비행기로 너비가 31피트(9.4m), 중량은 1102파운드(500kg) 수준이다. 최대 시간당 137마일(시속 22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한번 충전으로 45분에서 60분 비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개인 비행사 위그 두발은 9일 자체 제작한 1인승 전기비행기 ‘크리 크리’ 비행기로 도버 해협을 건넜다. 지난달 29일에는 태양에너지만으로 비행하는 1인승 비행기 ‘솔라 임펄스 2’가 일본을 출발해 하와이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날개에 1만7000개의 태양 전지판을 장착, 태양열로 만든 에너지만으로는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 안드레 보스버그 솔리 임펄스 최고경영자(CEO)가 3.8㎥의 좁은 조종실에서 하루에 20분씩 잠을 자면서 닷새를 날았다고 털어놔 화제가 됐다.
보잉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1인승 하이브리드 전기비행기를 공동 개발해 작년부터 시험비행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기비행기가 상용화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와 내연 엔진이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을 가능하게 했듯 전자제품이나 상용 전기차의 새 배터리로 전기비행기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 에어버스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비행기 사업에 총 2000만유로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자회사 볼트에어SAS가 2017년까지 2인승 E-팬 2.0을 개발해 시험비행에 나서고, 내년 프랑스 서남부에 위치한 파우에 전기비행기 공장을 지어 2019년까지 4인승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할 방침이다.
에어버스가 구상하고 있는 100인승 하이브리드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 시에는 전기 엔진을 사용하고, 비행 중에는 전력이 소진되면 바이오연료 모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될 전망이다.
나사는 1500만달러를 들여 20개의 소형 전기 프로펠러 엔진을 날개에 장착한 4인승 비행기를 개발 중이다.
장 보티 에어버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E팬이 지난 2014년 3월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핵심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며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기능이 향상되면서 가동 엔진의 전기 충전 능력이 60% 개선됐고 비행시간도 25분에서 55분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난달 항공기의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에 한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초까지 규제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일부 항공사에 탄소배출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규제에 발맞춰 항공업계도 2020년까지 탄소배출 증가율을 제로로 낮추고 2050년까지는 2005년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가벼우면서도 공기저항이 적은 재질을 사용하고 전기나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장착한 고효율, 저비용의 친환경 항공기 도입이 필수다.
폴 로버트슨 캠브리지대학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비행기는 오염이 덜하면서도 덜 복잡하고 더 조용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비행기에 대한 인증 기준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에어버스는 E-팬을 통해 유럽에서 전기비행기에 대한 기준 도입을 주도할 계획이고, 미국에서는 나사가 연방항공국에 2017년까지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