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롯데물산 ‘버는 돈 없이 빚만’

수익 발생 전 비용 증가 우려
차입금만으로 버텨야..AA급 신용등급에 '의문'
  • 등록 2014-11-10 오전 10:40:00

    수정 2014-11-10 오전 10:4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버는 돈은 없지만 갚아야 할 돈은 많다”

롯데물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롯데물산은 신용등급 ‘AA’로 우량 기업에 속한다. 그러나 20회 SRE에서 AA급 기업의 신용등급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139명의 응답자 중 38명(27.3%)이 롯데물산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롯데물산은 2010년 11월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허가 변경을 통해 롯데월드타워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으로 손꼽히는 ‘제2롯데월드’다.

그룹 내 위상 ‘견고’ 평가에 AA 부여

제2 롯데월드는 그룹의 역량을 동원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의미가 남다르다.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롯데물산 역시 그룹에서 전략적 위상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제2 롯데월드의 사업 안정성과 그룹 내 중요도를 높이 평가해 롯데물산의 신용등급을 ‘AA’로 부여하고 있다.

제2 롯데월드 사업은 롯데물산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한 계열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어 시행과 시공, 자금조달 모두를 그룹 내에서 해결했다. 이에 따라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사들은 제2 롯데월드 건축공사가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되면 롯데물산이 2015년부터 연간 7000억~8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저층부가 서울시의 조건부 승인으로 개장하기는 했으나 고층부는 아직 공사 중으로 인허가 문제가 다시 불거질 우려가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 최대주주…자산 ‘튼튼’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로, 롯데호텔-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건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 화학부문의 핵심 계열사로 그룹 내 매출과 수익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딱히 수익이 없는 롯데물산의 이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1분기까지 일부 임대수익을 제외하면 자체적인 수익 기반이 없어 판관비 수준의 영업적자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롯데케미칼 주식에 대한 지분법 이익이 계상되며 영업 외 수익에서 이익이 발생했고, 배당금도 107억원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순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물산이 특별히 자체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음에도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해왔던 것은 자산의 힘이 컸다.

다만 그동안 인수합병(M&A)과 설비 증설을 통해 외형을 키워왔던 롯데케미칼이 최근 주력 제품 마진이 저하되는 등 수익변동성이 커진 것은 자금 소요가 이어지고 있는 롯데물산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3분기 롯데케미칼은 주력 사업 침체, 원화 강세 등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지분 외에도 제2 롯데월드 부지를 기반으로 충분한 담보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평사들은 3월 말 기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과 사업부지 장부가액이 각각 2조원에 이르고 있어 재무 위험에 탄력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익 발생 전에 비용증가 ‘우려’

롯데물산의 그룹 내 전략적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제2 롯데월드 사업이 롯데물산의 재무구조에는 우려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제2 롯데월드 개발사업에 따른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제2 롯데월드의 토지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는 3조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2조2000억원 수준을 롯데물산이 부담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이같은 투자비의 대부분을 차입 조달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8700억원, 순차입금은 6600억원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올해부터 2016년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1조2000억원가량의 추가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개발사업 진행에 따라 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롯데물산이 제2 롯데월드 준공 후에도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할 상황이라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2 롯데월드 완공 이후에는 롯데물산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이 각각 사업장을 나눠 운영하게 된다. 롯데물산은 투자비를 전망대와 수족관, 쇼핑몰, 오피스 등 시설물의 임대료와 입장료 등으로 회수해야 한다.

문제는 롯데물산이 소유한 오피스와 쇼핑몰 규모가 커 수익이 날 만큼 임대를 늘리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롯데물산 소유 오피스 면적은 12만2314㎡, 쇼핑몰 면적은 8만2645㎡에 이른다.

특히 롯데물산의 사업비 분담액이 늘어나며 투자비가 8000억원을 웃도는 오피스텔 부문의 경우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향후 1조원 내외 추가 차입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평사들은 오피스텔 부문의 영업 성과에 따라 차입금의 원금 상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오피스텔 부문의 실적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제2 롯데월드 저층부가 개장해 시설물 운영 수익이 발생하면서 일정부분 투자 회수가 기대되고 있으나, 이를 통해 유입되는 돈으로 차입금 등 금융비용을 충당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평사들은 관계사들로부터 받는 임대료와 롯데케미칼 배당금으로 금융비용의 일정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RE 자문단은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의 주식 등 자산만을 보유한 상황에서 공사비, 금융비용 등을 내야 하기 때문에 차입금만으로 언제까지 버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SRE 한 자문위원은 “롯데물산은 한 마디로 얘기하면 현금이 없다”며 “다른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차입금이 늘다 보니 AA급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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