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이슈)외환시장은 개점휴업中..환율 괜찮나?

연초 100억달러서 60억달러로 급감
외생변수에 취약한 `불안한 균형` 지적
`과열양상에서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 시각도
  • 등록 2008-02-20 오후 2:50:02

    수정 2008-02-20 오후 2:50:02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최근 외환 거래가 지극히 부진한 모습이다. 연초만해도 하루 100억달러는 기본으로 넘겼지만 설 연휴 전후로는 60~7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짙은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도 점점 거래에 소극적이 돼 가고 있다.

환율은 큰 변동성 없이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은 상태인 만큼 대외변수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설 연휴 전후로 거래량 `뚝`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은 해마다 거래량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은행간 현물환 거래는 지난 2005년 45억2000만달러에서 2006년 63억6000만달러로 증가한데 이어 작년에는 73억달러 수준까지 늘었다.

                                  단위 : 원(좌축), 백만달러(우축)
올들어서는 연일 100억달러를 거뜬히 넘어서면서 성장에 속도를 내는 듯 했다. 지난 1월23일에는 172억달러어치가 거래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환율이 일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올들어 양방향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 연휴 전후로 거래가 크게 줄어든 이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 연휴 이틀 전인 지난 4일 84억달러로 떨어진 이후 19일까지 일평균 73억달러가 거래됐다. 18일에는 거래량 58억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일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오늘도 거래가 거의 안되는 분위기"라며 "지루하고 재미없는 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박스권..`방향 베팅할 선수가 없다`

이처럼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환율이 단단한 박스권 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좁은 범위 안에 갇혀있다 보니 업체들은 여유있게 원하는 수준에서 결제나 네고 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이고, 방향성에 투자하는 인터뱅크 딜러나 프랍 딜러들 역시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고 있다.

신 국장은 "환율 양방향 리스크로 역외에서도 포지션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며 "정체된 장이라는 인식이 높은 상태"라고 판단했다.

NH투자선물 이진우 조사기획부장은 "정체국면에서는 거래량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며 "지금은 뭘 해도 안되니 쉬었다 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율 움직임은 딜러들의 성향에서도 결정되는데 예전 환율 방향성에 과감하게 베팅했던 주포들이 딜링 최전방에서 빠지고 주니어들이 포진해 있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 언제 둑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균형`

최근 환율 흐름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불안한 균형`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최근 거래량 급감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우리 외환시장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 외환거래량이 급증했던 것은 국내 환시의 성장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글로벌 금융불안 때문이었고, 최근 이같은 대외 재료가 사라지면서 국내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945원선을 중심으로 한 횡보는 결코 환율 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라며 "펀더멘털과 유리된 과민반응이 시정되고 정책변수를 고려했을때 하향조정의 여지가 더 큰 `취약한 균형`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 연초가 오히려 과열..`거래부진 걱정없다` 시각도
 
그러나 한쪽에서는 연초 거래량 폭발이 오히려 과열양상이었다며 최근의 거래부진에 대해 크게 우려할 것까지는 없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선물 이 부장은 "연초 신한, 우리, 외환, 하나은행 등이 거래량 경쟁을 벌이면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점이 없지 않다"며 "박스권이 뚫리면 거래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초처럼 다이나믹하게 움직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국내 달러/원 현물환 시장에서 기업들의 실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터뱅크 스펙거래"라며 "현재 특별한 재료나 모멘텀이 없어 쉬자는 분위기이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외환 거래량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당국 "거래량 부진 오래가지 않을 것"

당국 역시 걱정 안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환율 쏠림 현상이 없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신 국장은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환율이 한쪽으로 크게 움직이면 위험하지만 현재 환율 움직임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아주 편안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박스권 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좀 쉬었다 가자는 분위기일 뿐 거래량 감소나 환율 움직임 자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 역시 "최근 일평균 외환 거래량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난 2005년이나 2006년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며 "오히려 1월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변동성이나 거래량이 과도하게 확대됐다가 최근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같은 거래량 부진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4월부터 금융기관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대외 변수들이 부각되면 일평균 100억달러 안팎의 적정 거래량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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