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둔 여성 열에 일곱은 우울감 느껴요"

이영옥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장 인터뷰
"경력단절 없는 환경 조성과 재취업 지원 동시에 이뤄져야"
  • 등록 2013-05-02 오후 1:32:22

    수정 2013-05-02 오후 1:35:05

지난 4월 2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만난 이영옥 원장은 정부에서 여성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육아 때문에 일을 관두면 행복하다고요? 천만에요. 어쩔 수 없는 이유들로 일을 그만둔 후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느끼는 여성이 훨씬 많아요. 정부에서 여성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해 여성 인재의 손실을 막아야 합니다.”

지난 3월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이 교육생 6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력단절여성의 67.4%가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6.6%는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시 일하고 싶은 이유는 경제적 이유(45%)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참여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55%)가 더 컸다.

이러한 여성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이다. 여성의 취업과 창업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된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서울 내 21개의 여성인력개발기관을 총괄·지원하고 있다. 상담·미용·제과제빵 등 54개의 직업교육과정과 창업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며 교육 후 취업지원까지 해준다. 분기에 교육과정당 수업료는 5만원~12만원으로 사설기관보다 저렴하다.

이영옥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장은 “조금 늦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준비하다보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여성능력개발원을 이용한 경력단절 10년차의 40대 여성은 각종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한 고등학교의 정규직 학생상담전담교사로 취업에 성공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꾸준히 필요한 자격을 갖춰나간 게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지 막상 용기가 없어 시도조차 못 하는 여성이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이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해야 함은 물론, 그전에 경력을 단절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눈치 보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 자신도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그 바람은 더 간절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준비물·과제물이 정말 많아요. 말이 아이 숙제지 모두 ‘엄마 숙제’죠. 당시 저는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할 때였는데, 일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결국,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 혼자 택시에 태워 국회로 불러 같이 숙제하고 다시 택시를 태워 돌려보내는 삶을 반복했어요. 아이한테 못할 짓이었죠.”

지금은 이 원장이 아이를 키울 때보다야 환경이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는 100세 시대입니다.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어요. 여성의 사회활동을 위해 본인 스스로의 노력과 사회적 배려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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