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헌 기자] 금융기관 종사자 절반 이상이 3년 내 가계부채 문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심상치 않아 우리나라에 금융위기가 또 한 번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2차 시스템적 위험 설문 결과를 보면 국내 금융기관 종사자의 52.7%가 1~3년 내에 가계부채 문제가 커져 국내 금융시스템이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비은행권이 70.6%로 이러한 가능성을 가장 크게 점쳤고, 은행과 금융시장 전문가(증권사와 외국계 은행의 유가증권 운용역)가 50%와 45.7%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이 우려하는 금융시스템의 위기는 국내 금융기관이 자체 신용으로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자금중개기능을 할 수 없거나 주식·채권·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뜻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의 카드 대란 사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된다는 의미다.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이와 같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은 “설문대상자들이 국내 외환건전성을 높이 평가해 유럽 국가채무위기는 발생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과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은행은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비중이 크고 보유한 담보도 부실해 그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이외 중국경제의 경착륙과 미국경기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5대 핵심 위험으로 꼽았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 국내 63개 금융기관의 종사자 74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한은은 “시험적으로 지난 1월에 1차 설문을 했고 이번에는 위기에 대한 경고를 미리 하는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재헌 기자 hone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