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주장하는 기술 특허의 상당수가 고유 특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애플의 태블릿PC 디자인에 대한 소유권 주장도 먹히지 않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무선통신 기술 특허 침해 소송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애플의 특허를 보유한 '멀티터치' 기능이 걸림돌이다. 이 기능은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술이다.
애플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진행되는 굵직굵직한 본안소송에서 멀티터치 기능의 특허권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를 대체할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 회피가 쉽지 않다.
◇ 애플, 초반엔 이겼지만..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14일 삼성전자(005930)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법원은 이날 진행된 심리에서 애플이 제기한 기술적 특허인 '스크롤 바운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크롤 바운싱'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사용자가 디스플레이 창에 나타난 내용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 튕겨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 특허는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앞으로의 특허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이끌어냈던 애플의 '포토 플리킹' 특허 역시 삼성전자가 대체 기술을 확보하면서 이슈에서 비켜났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네덜란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산호세법원은 이날 "갤럭시탭10.1의 디자인이 애플의 '아이패드'를 모방한 것 같긴 하나, 애플 또한 디자인 특허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네덜란드 법원 판결에서도 디자인과 관련된 애플의 주장은 모두 기각됐다.
지금껏 진행된 재판 중 독일 뒤셀도르프법원만이 유일하게 애플의 디자인 권리를 인정했을 뿐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삼성전자가 연이어 패한 것은 "애플이 먼저 건 소송이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패널티(불이익)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건 소송도 있으니까 지켜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이어질 소송전에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 관건은 '멀티터치'..삼성, 특허 무력화 시도
문제는 호주 연방법원이 애플 특허로 인정한 '멀티터치(Multi-touch)' 특허다. 멀티터치는 말 그대로 터치스크린이 한 개 이상의 손가락을 인식해 확대와 축소, 회전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애플이 지난 6월 멀티터치 등의 미국 특허를 인정받은 것을 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가 반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산호세법원과 일본 도쿄법원 등에 제소한 특허침해 본안소송에도 '멀티터치' 기능의 특허권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멀티터치' 특허는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로지텍, 시냅틱스 등이 이미 구현한 보편화된 기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호주 법원에 '멀티터치' 특허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멀티터치 특허가 LCD(액정표시장치)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기기에는 특허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등 태블릿PC에는 LCD를 사용하고 있지만, 갤럭시S2 등 스마트폰에는 AMOLED를 사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멀티터치의 경우 현재 이를 대체할 기술이 없다"면서 "애플의 기술 특허가 LCD(액정표시장치)에만 해당돼 AMOLED 등으로 점차 디스플레이를 교체해 가면서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멀티터치 특허도 각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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