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70년대 비만오면 진흙탕이 되던 영동개발시대, 갈대밭이 무성하던 압구정동에 아파트가 세워지던 이후로 30년이상 강남이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이토록 오랜동안 비합리적인 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까.
강남 아파트값 잡기의 실무책임자격인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인정한다. "좋은 학교, 좋은 학원, 좋은 백화점, 좋은 음식점, 좋은 병원. 누구가 가지고 싶어하는 기회와 수단이 그 속에 있고, 집값이 껑충 올라가는 재미까지 있는데, 누군들 사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강남 열풍은 좋은 것을 갖고 싶고, 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인 투자현상일 뿐이다. 나라를 걱정 하고, 서민과 고통을 나눠야한다는 생각과 별개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로선 상당히 합리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실장의 말대로 강남은 좋고, 많은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 서울 지도를 펴놓고 보면 어렵잖게 알수 있다. 방사형 대로가 쭉쭉 나 있고, 한블록 마다 지하철 노선이 그 방사형 대로 아래로 지나고 있다. 지하철은 노선을 정할 때마다 번번히 강남을 가로질렀고 지금도 지하철 9호선이 강남을 위해 준비중이다. 경부고속도로니 영동고속도로를 타기도 쉽고 예술의 전당 같은 고급 문화시설을 이용하기도 편하다.
명문고등학교도 다 강남으로 이전했다. 한국의 전통 명문인 경기고, 서울고와 경기여고 등이 다 강남에 있고,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신흥 명문고들도 죄다 강남이다. 이들 옆에는 좋은 학원들이 몰려있다.
강남 아파트를 사지못해 안달하는 국민들을 이기적이라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들은 거품 주장에 무서워 집을 내놓는 비합리적인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동안 증명된 강남의 가치를 믿는, 매우 합리적인 투자자다. 역대정권이 한결같이 증명해준 이들의 투자방식이 그 밑천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공급을 막아줌으로써 인센티브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고, 강남아파트를 투자한 사람들은 또한번 선견지명을 공인받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는 것은, 따라서 인위적으로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역(逆)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이 되어야 한다. 강남의 좋은 기반시설을 인위적으로 허물어가는 방식은 사회의 부를 줄이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가 보유세 중과라는 逆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은 의미있다고 본다. 언론으로부터 `세금폭탄`이라며 비난받고 있지만 강남에 대한 逆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믿는다.
이것으로는 그러나 부족하다. 워낙 많은 인센티브가 강남과 강남 아류지역에 제공되어 있는 만큼, 세금정책 하나로 이 모든 것을 상쇄할 순 없다. 강남에 다양한 逆인센티브를 추가함으로써 투자 가치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진 청와대와 관료들도 강남에 살다보니, 逆인센티브의 의지가 별로 없었다.
단순한 공급논리가 오히려 강남 집값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여전히 풍부한 강남의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탓일 것이다. 세금정책과 함께 진입비용을 높이면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을 검토하자.
다른 지역에 대한 균형개발과 수요분산을 청와대는 생각한다. 그러나 30년간 확인된 강남과는 달리, 새로운 지역에 대한 투자수익률 검증이 짧은 세월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게 검증되어야 이기적이면서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행동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거품론` 주장에는 강남 주민들을 비합리적 투자자로 간주하는 시각이 느껴진다. 대통령이 강남 부동산 시장의 실패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남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지극히 이기적이면서도, 상당히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활약하고 있는, 제기능하는 시장이라면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
다양한 逆인센티브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이들의 합리성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