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지원금 20조원 신청할듯…독소조항 철회 요구"

WSJ, 소식통 인용 보도
공장 보조금·세금 공제…총 150억달러
초과이익 공유·기밀 접근권 등엔 반발
  • 등록 2023-04-20 오전 10:50:13

    수정 2023-04-20 오후 12:42:18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가 미국의 반도체 지원금으로 최대 150억달러(약 19조9400억원)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다만 TSMC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내건 일부 조항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현재 건설 중인 애리조나주 공장 2곳이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70억~80억달러(약 9조3000억~10조6000억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신규 공장의 투자 규모는 외국 기업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인 400억달러(약 53조1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소식통은 TMSC가 애리조나주 공장에 대해 60억~70억달러(약 7조9000억~9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요청해, 세액 공제까지 최대 150억달러 규모의 미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AFP)
하지만 미 정부가 지원을 받는 기업에 초과이익과 고객 정보 등 세부 경영 사항을 요구할 수 있는 독소조항에 대해 TSMC 측은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달 말 반도체법 요구 조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일부 조건들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반도체법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미국 공장에서 얻은 초과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인해 TSMC는 애리조나주 공장의 경제성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TSMC는 광범위한 재무·고객 장부 열람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애플 등을 고객으로 둔 TSMC는 고객별로 반도체 장비와 재료를 포함한 세부 설계를 극비 사항으로 보호하고 있다. 고객의 경쟁사가 반도체 설계를 모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의 재원이 세금인 만큼,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검증하기 위한 일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조금 수령 기업의 현금 흐름이 예상을 크게 초과하는 경우에만 이익 공유를 기대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익 공유가 면제될 수 있다며 일부 완화 적용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럼에도 TSMC가 미국 보조금 신청을 신청하는 이유는 공장 설립 비용에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의 공장 설립 비용이 대만의 몇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역시 애리조나 공장의 반도체 생산 비용이 대만에서 생산하는 것 보다 최소 50%가 더 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반도체법의 일부 조항으로 인해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보조금 신청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조금을 신청하면 중국 공장 증설이 제한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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