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집안도 별로에 서울대도 못 나온 루저야.”
퇴직금 미지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한 법무법인 대표가 최근 수습 변호사에 대해 폭언과 부당지시 등을 했다는 진정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제기됐다. 변협은 진정서를 접수해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변협 차원의 징계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정서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해당 법무법인에서 수습 변호사로 일했던 A씨가 제기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표 B씨는 상습적인 갑질을 일삼았다. B씨는 A씨가 자신보다 상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선생 집안 출신이라 의전도 모른다’며 2시간 가량 식사도 하지 못하게 폭언을 하는가 하면, A씨의 업무용 PC를 뒤져 과거 다른 로펌에 지원한 서류와 이력서를 꺼내든 뒤 “네가 다른 회사에 원서를 쓰고 있는 것을 안다. 다 알고 말하는 것이니 솔직히 말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A씨는 B씨가 업무 외에 사적 지시도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자신이 강사로 있는 대학의 수업 자료를 만들게 하고,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라고 시키는 등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진정서에서 “수습변호사들은 이 같은 대우를 받아도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로지 앞으로 수습 변호사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실 그대로를 진술했다”며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씨는 지난 9월 변호사 수습 기간을 퇴직금 산정 때 제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변협 역시 지난 10월 해당 진정과 관련해 B씨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하기로 했다. B씨는 과거 서울변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인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