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신차 삼총차` 희비 교차

너무 빨리 진 `로체`..포르테·쏘울에 수요층 뺏겨
  • 등록 2008-11-07 오후 2:15:28

    수정 2008-11-07 오후 4:18:04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기아자동차가 올 하반기 잇따라 출시한 로체 이노베이션과 포르테, 쏘울 등 이른바 `신차 삼총사`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들 세 차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무려 33.9% 증가한 3만3609대를 팔아 치웠다. 이 가운데 포르테 등 신차 세 모델의 판매실적은 모두 1만3898대로 전체 판매비중의 41%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로체 이노베이션이 곧바로 나온 포르테·쏘울 등의 영향으로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차 삼총사`간 간섭효과(카니발리제이션)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 `신차효과` 맛도 못 본 불운한(?) 로체 이노베이션

▲ 로체·포르테·쏘울 판매현황(자료 : 기아차)

로체 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출시된 뒤 기존 로체 어드밴스의 월간 판매실적(2000~3000대)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6월에 5117대를 판매한데 이어 7월 6912대, 8월 5017대를 팔아 경차 `모닝`과 함께 기아차의 판매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노사교섭 과정에서의 장기간 파업이나 고유가를 감안하면 더욱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도 잠시 9월과 10월에 접어들면서 판매량은 3900여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신차효과를 3~6개월로 잡고 있다"며 "로체 이노베이션이 신차효과를 누렸다고 평가받으려면 출시 초반 몇 달 동안 7000~8000대 정도가 팔리고 이후 꾸준히 5000대선을 유지해야 했다"고 말했다.

◇ 너무 빨랐던 `인터벌`.."준중형으로 수요층 몰려"

로체 이노베이션의 신차효과 실종(?)에 대해 중형차로써의 어중간한 크기와 한 달간격으로 진행됐던 숨가빴던 신차 출시일정 등이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형차 구매자의 경우 사이즈도 중요한 구매요건 가운데 하나"라며 "동급의 쏘나타보다 작다는 점도 소비심리를 약화시키는데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과 9월에 각각 출시된 포르테와 쏘울은 로체 이노베이션의 판매감소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포지셔닝이 애매했던 로체 이노베이션보다 차값도 싸고 편의사양도 대거 채택한 준중형급 신차로 수요가 이동했다는 얘기다.

기아차 관계자는 로체 이노베이션 판매 감소와 관련, "준중형 신차의 잇따른 출시와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 포르테·쏘울, 로체 전철 밟을까..고민 깊어지는 기아차

로체 이노베이션의 황망한 조기 쇠락을 보면서 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디자인 기아`를 외치며 야심차게 내놓은 포르테와 쏘울 등도 로체 이노베이션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은게 사실이다. GM 등 `디트로이트 빅3`는 물론이고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업체, BMW 등 유럽업체들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일제히 실적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달의 자동차 판매실적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라며 "이달과 다음달 실적이 안좋을 경우 내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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