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의 김민정은 미니스커트와 앵글부츠를 매치하여 한 여름 찜통더위의 언밸런스함을 선보인다. 물론 그녀의 발가락은 더위에 찌들었을지언정, 그 재기발랄함은 동대문을 열광시키며 김민정 스타일의 복제품들을 생산해냈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김옥빈은 어떤가. 그녀의 낭창낭창한 허리와 가는 목에 걸린 악세서리 역시 여름에 어울리지 않게 무겁게 번쩍이고, 치렁치렁하다.
작년부터 쏟아져 나온 패션 아이템들은 크고, 무겁고, 장식으로 가득하다. 비즈나 메탈 소재의 귀걸이는 귓불이 늘어질 정도고, 클로에나 구찌의 빅 백은 견비통을 유발하기에 좋은 무게감을 드러낸다. 속이 꽉 찬 대나무 웨지힐(통굽슈즈)은 조금만 신어도 발목이 시큰거리고, 다리를 꽉 조이는 롱부츠는 당신의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키기에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쯤되면 손목에 찬 빅 뱅글(팔찌)의 무게가 삶의 무게처럼 버거울 정도니, 스타일리시한 당신의 삶 또한 점점 더 무거워 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레깅스 뺨치는 가늘디가는 스키니 팬츠를 입겠다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다이어트에 돌입한 내 친구는 매일 밤 고봉으로 밥 먹는 꿈을 시리즈로 꾸고 있고, 사라 제시카 파커가 유행시킨 폭 좁은 마놀로 블라닉을 신겠다고 발뒤축을 잘라내는 엽기미용수술까지 한 때 미국에서 유행이었다니 사회학자들이여, 분석이 시급하다. 이때쯤 “나는 맨발이 좋다, 가슴도 작을수록 좋다!” 라는 영화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건강한 발언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 역시 더 납작한 가슴을 만들기 위해선지 뭔지 거식증 운운,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일인지. 아흐, 다롱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