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합병만이 살 길이다"

도이체방크 "업체 난립에 경쟁력 약화"
  • 등록 2005-11-30 오후 2:36:29

    수정 2005-11-30 오후 2:36:29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대적 합병이 `필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난립하는 업체들을 3개 정도로 대폭 줄이지 않는 이상 적자만 누적될 뿐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뒤따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30일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 도시바와 소니 등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해외 업체들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사토 후미아키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합병해야만 한다"며 "시장에 너무 많은 업체들이 존재하는 것이 지난 25년간 업계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1개 메모리 칩 제조업체, 2개 LSI(고밀도집적회로) 제조업체로 합병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LSI란 여러개의 칩을 하나의 실리콘 조각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다.

그는 "이같은 제안은 도시바, NEC, 소니와 르네사스, 후지쓰, 마쓰시타 전기가 LSI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한개 합작사로 합병되는 것을 포함한다"며 "어드벤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가 지분을 대부분 보유한 엘피다 메모리가 도시바와 스팬슨에 합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들은 아시아 경쟁업체들에게 지속적으로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투자 여력이 급속히 감소했고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 사토의 진단. 반도체 제조업은 이미 선두에 오른 기업일 수록 더 많은 투자를 집행할 만큼 투자가 중요한 업종이다.

일례로 업계 선두인 인텔과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투자를 총 117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본 2위 반도체 제조업체인 도시바가 향후 3년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예정인 5500억엔(45억9000만달러)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히타치는 도시바와 여타 전자업체들과 제휴해 2007년까지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도시바 측은 "그에 대해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 사토 연구원은 "만약 반도체 업계가 1년에 200억엔을 장비에 투자하려면 매출이 1조엔, 영업이익이 2000억엔 이상이 돼야 한다"며 "하나의 공장을 설립하는데만 총 3000억엔 가량의 비용이 드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누적된 적자로 고전중인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적절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NEC는 지난달에 올해 적자가 200억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으며, 3분기 연속 적자를 낸 엘피다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50억~100억엔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사토 연구원은 "만약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자 한다면 하나의 독립적인 회사를 만들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장에서 투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투자를 완전히 포기하고 설계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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