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유호빈 기자= 르노삼성이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약 4년 만에 출시한 XM3가 대히트를 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XM3는 약 20일간 5500여대를 판매에 이어 한 달 만에 2만대 계약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소형 SUV 왕좌 기아 셀토스를 따라잡을 기세다. 어떤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분석해봤다.
소형 SUV는 2015년 쌍용차 티볼리를 시작으로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티볼리는 소형 SUV 치고 무거운데다 출력이 떨어지는 가솔린 1.6 자연흡기 파워트레인이 약점이었지만 귀여운 외관과 2천만원 내외 가성비를 앞세워 쌍용을 살려낸 소녀가장이었다. 뿐만 아니다. 티볼리는 자동차 업계에 큰 바람을 몰고왔다. 티볼리 인기로 다른 완성차 업체도 소형 SUV를 속속 출시했다.
기아차는 작년 여름 셀토스를 출시했다. 경쟁차와 비교해 크기를 많이 키우고 고급 편의사양들을 대거 집어넣어 소비자를 공략했다. 외관은 ‘조선의 이보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강인한 인상을 줘 젊은 소비자와 신세대 부부에게 어필했다.
소형 SUV가 성공하려면 예쁜 디자인이 필수다. 디자인은 차량의 첫인상과 마찬가지다. 좋은 첫인상을 줘야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여성 운전자와 젊은 사회 초년생의 첫차로 선택되는 차량인 만큼 외관이 매우 중요하다.
XM3는 우선 디자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XM3가 성공할 수 있는 첫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XM3는 르노의 패밀리 룩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 디자인이 처음 적용된 SM6를 시작으로 5년이나 된 디자인이지만 아직도 질리지 않는다. 국산 유일의 쿠페형 SUV로 차별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최근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쿠페형 SUV가 인기를 끌자 르노삼성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현재 국산차로 쿠페형 SUV는 XM3가 유일하다.
두번째는 편의장비 개선이다. 그간 르노삼성 차량의 단점은 부족한 편의장비였다. 특히 S 링크는 골치덩어리였다. 공조장치까지 모두 디스플레이에 집어 넣어 조작이 불편한데다 볼보의 것과 다르게 반응이 너무 느리고 해상도도 떨어졌다.
르노삼성은 XM3를 출시하면서 이런 단점을 완벽히 개선했다. 공조장치는 물리 버튼으로 밖으로 빼고 내비게이션만 디스플레이에 넣었다.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풀 LCD 클러스터도 추가했다. 경쟁차량에 비해 주행보조장치는 부족하지만 기본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장치는 포함했다. 르노삼성 최초로 오토홀드도 달았다.
세번째는 파워트레인이다. 1.3L 터보 가솔린 엔진은 르노와 다임러가 합작해서 만들었다. 게트락 7단 습식 DCT와 맞물렸다. 낮은 배기량으로 자동차 세금에서도 이점이 있다. 동급 차량과 비교하면 큰 차체에도 13.2km/l~13.7km/l로 가장 좋은 연비를 자랑한다. 최대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로 부족함이 없는 주행성능이다. 실제로 고속으로 주행해봐도 고속도로에서 앞차량을 추월하는데 무리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중요한 가성비다. 소형 SUV는 너무 비싸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풀옵션의 경우 3000만원이 넘는다. 중형 세단도 중간 이상 트림을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다. 사회초년생들이 선뜻 구매하긴 너무 비쌌다. XM3는 동급대비 차체는 가장 크지만 풀옵션을 2700만원 대에 맞췄다. 누구보다 가성비가 중요한 세그먼트인 것을 르노삼성도 알고 국내 소비자를 제대로 공략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 없었던 디자인인 만큼 소비자들은 “터무니 없이 비싸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거듭된 실패를 통해 성공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혔다. SM6는 디자인으로 중형 강자 쏘나타를 눌렀던 전력이 있다. QM6는 가성비로 작년 12월 중형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디자인과 가성비가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 XM3 뿐만 아니라 3000만원 내외 차량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고려하는 결단의 요소이기도 하다.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대까지 저렴해지자 소비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가 생겼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환영하는 이유는 경쟁 차량들이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해도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격인상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XM3는 그간 르노삼성의 단점을 모조리 개선했다. 거기에 디자인과 가성비라는 제대로 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모든 구매 요소와 적절히 타협을 이룬 것이 XM3 성공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