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장과 국민은행장 인선이 마무리된 26일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어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최우선으로 역점을 둔 것은 본인의 리더십 회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취임과정에서 불거진 인사 관련 잡음들이 어 회장 본인의 리더십에 화살로 돌아왔다는 점을 알고 있어 `뒷말없는 인사`를 이번 인사의 첫 조건으로 꼽았다는 얘기다.
한 은행권 인사는 "고려대 출신을 선호한다거나 TK 출신을 행장으로 앉히기로 했다거나 하는 소문들이 먼저 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꼬리표를 단 인물을 선임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무난한 인물을 선택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런 면에서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의 인선은 어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영업력 강화와 조직 추스르기를 함께 겨냥한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KB금융을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만증 환자`라고 진단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면 직원수를 줄이거나 아니면 영업력 신장이 필수적인 상황. 이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특별한 외풍이 없다면 차기 행장은 최기의 전략그룹부행장과 민병덕 개인영업부행장 간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찍부터 나왔었다.
두 사람 모두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어 회장이 영업력 강화를 염두에 둔다면 선택지에서 제외하기 어려운 인물들이었다는 게 은행 내부의 평가다. 다만 영업 일선을 떠나 전략그룹을 담당하고 있는 최 부행장보다는 현재 영업조직을 이끌고 있는 민 부행장에 점수를 더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 회장의 스타일은 뒷말이 좀 있더라도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쪽인 듯하지만 본인이 KB회장에 내정되면서 워낙 잡음이 많았던 터라 내부 인선 과정에서 또 잡음이 생기면 향후 리더십에 문제가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임영록 전 재정부 차관의 선택 역시 무난하고 합리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노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KB금융 사장 후보에는 TK 출신의 인사가 강력하게 거론돼 왔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대표적인 요직이 회장, 지주사 사장, 행장 이렇게 세 자리인데 민간출신의 회장과 행내에서 선발한 행장, 외부에서 들어온 지주사 사장으로 출신성분을 골고루 배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 회장도 취임 이후 여러차례 "지주사 사장은 전략적 요소가 강한 자리"라며 "능력이 있는 분을 모셔야 하기에 내부인사로 한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임 전 차관은 참여정부에서 발탁됐던 인사라는 핸디캡이 있긴 했지만 지난 3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2기 위원으로 영입되면서 주요 포스트에 대한 인사 수요가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어 회장과는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개인적인 연분이 특별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 회장이 관계(官界)와 가까운 교수였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 신임 사장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주사 사장직을 위한 개별 인터뷰는 없었다"며 "어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정책 업무를 하면서 여러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한 잡음 없이 무난한 조직을 갖추게 되면 그 후에는 대체로 그 인사를 한 조직의 장(長)에게 힘이 쏠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 어 회장의 보폭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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