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출혈경쟁"..건설사 덤핑수주戰

플랜트 턴키공사 50%대 낙찰가율 속출
건설사 "일감확보 최우선"..수익성악화 우려
  • 등록 2009-08-19 오후 1:50:34

    수정 2009-08-19 오후 1:50:34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관급공사 일감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덤핑수주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설비자재 비중이 커 덤핑이 사실상 불가능한 플랜트 턴키 공사에서까지 50%대 낙찰가율과 저가투찰이 빈번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일각에선 고품질의 설계와 시공을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턴키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건설사들의 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는 총 예산액 3784억8600만원 규모의 서남 물 재생 센터 고도처리 및 시설 현대화사업의 실시설계적격자로 대림산업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대림산업(000210) 컨소시엄은 종합평점에서 86.16점을 얻어 85.44점으로 2위를 차지한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컨소시엄을 누르고 사업을 따냈다.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가격에 따라 사업자 선정의 희비가 갈렸다는 점.

지난 16일 실시된 설계평가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83.47점을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2위는 대림산업으로 81.48점을 얻었고, 포스코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80.93점, 73.58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위를 차지한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가격을 대우건설 컨소시엄보다 낮게 제시하면서 사업을 따낸 것이다.

대림산업 컨소시엄은 추정금액 대비 64.9%인 2455억원을 투찰했다. 설계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던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대림산업 컨소시엄보다 높은 추정금액 대비 70.02%(2649억원)를 제시하면서 최종 성적에서 3위로 밀렸다.

특히 설계평가에서 4위를 차지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추정금액 대비 59.63%인 2256억원의 저가 투찰을 단행해 단숨에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서남 물 재생 현대화공사 입찰은 설계점수가 55점, 가격점수가 45점으로 가격배점이 높아 저가 투찰이 예상됐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턴키 공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80%대 낙찰가율이 나오면 덤핑으로 보는데, 이 경우는 가격이 낮아도 너무 낮다"고 말했다.

서남 물 재생센터 현대화사업 이외에도 올 들어 플랜트 턴키공사에서 50~60%대 낙찰가율로 사업자가 결정되는 사례도 빈번해 지고 있다.

지난 5월 초 진행된 난지물재생센터 고도처리시설(분뇨탈취 포함) 턴키공사도 50%대 낙찰가율로 사업자가 선정돼 덤핑 수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태영건설(009410) 컨소시엄은 설계점수에서 근소한 차이로 남광토건 컨소시엄을 앞서자, 가격 입찰에서 추정금액 대비 54.8%의 저가 투찰을 단행해 결국 사업자로 선정됐다.

같은 달 실시설계적격자를 선정한 송도국제도시 3공구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의 경우 설계에서 2위를 차지한 금호산업 건설부문이 53.89%를 투찰하면서 공사를 따냈고, 주택공사의 첫 마을지구 생활폐기물자동집하시설에서도 설계에서 3위를 차지한 이수건설이 64.5%를 투찰해 공사를 따낸 바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플랜트 공사는 설비자재 비중이 높아 덤핑이 사실상 어렵다"며 "중·대형 건설사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플랜트 턴키시장에서도 덤핑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처럼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이 이어지면 해당 건설사 수익성 악화는 물론 업계 전반에도 도움이 될 게 없다"며 "무분별한 저가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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