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란 호칭에 걸맞게 버핏의 투자는 거의 실패하는 법이 없다. 실패는 커녕, 허(虛)를 찌르는 권법과도 같아 탄성을 자아내는 경우가 적잖다.
그가 이번엔 왜, 어떻게 채권 보증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일까.
◇버크셔, 채권보증사업 뛰어들다
버크셔 해서웨이 어슈어런스는 지난 달 28일 뉴욕 주에서 시(市)나 주(州), 카운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보증 사업을 개시했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에도 불구, 미국 지방채 시장은 활성화돼 있고, 지방채의 절반 이상은 보험에 가입해 있는 상황이라 사업성이 있다. 버핏은 여기에 주목했다.
미국 증권·채권 협회(SIFMA)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y)가 발행하는 장기 채권 규모는 올들어 8월까지 약 29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규모는 지난 2005년 4082억달러에 달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달한 바 있다.
그러나 버핏이 손을 댄 이유를 말하기엔 이것만으론 좀 부족해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그래서 그의 충실한 참모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재보험 사업부 사장을 맡고 있는 아지트 제인을 인터뷰해 그 배경을 더 전해 들었다.
일단 버핏과 버크셔에 투자의 단초를 준 것은, 발행 채권에 대한 보증을 받아야만 하는 뉴욕주였다.
에릭 디날로 뉴욕주 보험감독 국장이 지난해 11월 버크셔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버핏의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제인 사장은 디날로 국장이 전화 통화에서 두 가지 점을 들었다고 밝혔다.
우선 버크셔는 넉넉한 자본을 갖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채권 보증사업을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버크셔가 너무 본사가 있는 네브라스카주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다며 채권 보증사업을 하려면 자신과 특별한 만남을 갖자는 것이었다.
◇버크셔 `사업성 된다` 판단.."보수적 접근할 것"
말이 그렇지 뉴욕주로선 사실 애절한 요청이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뉴욕주는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채권에 대한 보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채권 보증업체들은 지방채 보증보다는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RMBS)과 자산담보부증권(CDO) 구조화 채권 보증에 적극 나섰다가 서브프라임 폭탄을 맞아버려 난감한 상황이었다.
자연재해나 테러와 같은 리스크 관리에 강했던 버크셔 보험 사업부도 사실 채권 보증사업에 눈독을 들여왔지만,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해 진출을 유보해 왔던 차였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신용경색이 이런 상황을 확 바꿔 놓았다. `트리플 A(AAA)` 등급인 버크셔가 보증으로 선 채로, 낮은 이율에 채권을 발행하도록 한다면, 발행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제인 사장은 "일부 발행 주체들 및 월가 관계자들과 논의해 본 결과 우리의 이름으로 채권 보증업에 뛰어들면 될 것이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시장 경색 국면을 이용, 보증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얹어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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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주 뒤 버핏은 1억500만달러를 들여 뉴욕주에 버크셔 해서웨어 어슈어런스를 세우기에 이른다.
이후 캘리포니아, 푸에르토리코, 텍사스, 일리노이, 플로리다 주 등에서도 같은 사업을 벌이기 위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JP모간의 앤드류 베셀 애널리스트는 "버크셔는 명백히 훌륭한 브랜드 가치와 명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에따라 지방채 시장에서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MBIA 등으로부터 시장을 빼앗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제인 사장은 가격이 적당한 프로젝트에만 나서지, 절대 서둘러 사업 확장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한편 인도 출신의 제인 사장은 올해 56세로 인도국립공과대학(IIT)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맥킨지에서 일하다 지난 1986년 버크셔에 합류했다. 조용한 성품으로 외부에 나서지 않는 스타일인 그는 버핏의 최측근 인사 중 한사람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