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품질경영` 신화가 흔들린다

2년 연속 180만대 이상 리콜..결함 은폐 의혹
  • 등록 2006-07-21 오후 3:39:56

    수정 2006-07-21 오후 5:22:21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도요타의 '품질 경영'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주력 차종에서 대규모 리콜(회수·무상수리) 사태가 잇따르고 있고, 최근에는 품질담당 임원이 부품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는 등 신뢰의 위기까지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도요타가 지난 2004년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가 나중에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한 미쓰비시 자동차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의 그늘..리콜·리콜·리콜…

도요타는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액 20조엔을 돌파했다. 4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도요타는 매년 50만대 이상의 지속적인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생산 규모면에서는 아직 제너럴 모터스(GM)에 미치지 못하지만, 도요타는 사실상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선 지 오래다.

그러나 '글로벌 도요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품질 경영'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경쟁 격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몇 년간에 걸쳐 부품 공용화를 단행했고, 그 폐해가 리콜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001년 6만대였던 일본 내 리콜 규모는 2004년이후 2년 연속 18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리콜 규모가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4월에는 자존심을 걸고 일본 내로 역(逆)수입한 고급차 렉서스를 5만7000대의 렉서스를 리콜했다.

2년 연속 리콜 대수가 180만대를 넘어서자 도요타는 지난 4월 품질 전담 전무제를 도입, 품질 관리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난 5월에는 고급차량인 렉서스 IS250과 GS300, GS430 등 3개 모델, 1037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6월에는 도요타가 야심차게 준비한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 17만대를 포함해 총 98만6000대를 리콜하기도 했다.

◇주요 부품 곳곳 결함..결함 은폐까지

리콜이 발생한 부위도 조향장치 연결 부품에서 엔진볼트, 안전벨트까지 자동차의 주요 장치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도요타는 라이트 스위치 불량 한 가지 때문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28만대를 리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엔진 볼트 결함으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세단형 승용차 크라운과 마르크Ⅱ, 다이나 트럭, 하일럭스 등 25개 모델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지난 4월에는 렉서스의 안전벨트 불량으로 판매대수의 70%인 1만1000대를 리콜했다.

이달 18일에는 엔진 센서 부품 조립 문제로 승용차 비츠와 코롤라 등 12개 차종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도요타가 자동차의 심장이라는 엔진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지난 주에는 일본 지방경찰이 다목적 레저용 차량 '하이럭스'의 결함 은폐 혐의로 품질담당 임원 3명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도요타에서 품질담당 임원이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것이다.

결국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은 지난 20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위기로 보고 있다"면서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도요타가 결함을 은폐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도요타의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2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리콜 문제와 관련해 다키모토 마사타미 도요타 부회장을 소환해 문제가 된 부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를 향해 고속질주하고 있는 도요타가 이번 '위기 사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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