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문주용기자] 김진표 신임교육부총리의 선배중에 강경식 이라는 정치인출신 경제부총리가 있었다.
확실히 강경식 부총리는 정치인다웠다. 김영삼 정부 말기, 당시 경제가 거덜날 기미가 완연하던 때, 그는 경제부총리 제의를 수락했다. 관료출신이라면 누구도 나서지 않을 타이밍이었다. 김 전대통령을 별로 탐탐해하지 않았지만, 경제개혁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는 입각 제의를 받은후 남덕우 前국무총리등 원로들을 만났다. "지금은 입각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원로들 대부분의 우려를 가볍게 받아넘기고선 "지금 경제부총리가 된다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느냐"는 문제에 구체적인 조언을 받고 나름의 로드맵을 수립했다.
불행히도 원로들 대부분은 정치인 강경식에게 `사회 개혁가`가 되기를 주문했다. 국가운영을 포기하고 있던 대통령을 넘어, 경제도 넘어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구조의 개혁을 주문했고 그의 열정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였던 것같다.
강경식씨가 쓴 `강경식의 환란일기`를 들여다보면 개혁가로서의 그의 뜨거운 열정-이는 저자가 다소 과장했을수도 있겠지만-은 당시 김 전대통령의 국정 무관심과 비교하면 안쓰러울 정도다. 대통령이 이미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마당에 그는 `대통령이 하지 않겠다면 나라도 개혁하겠다`고 결심한 듯했다.
그는 그렇게 했다. 연일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와중에도 그는 교육관련 장관회의등에 참석해 교육개혁을 요구했다. 그는 교육의 고비용구조, 다시말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이로인해 강남집값 상승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과욕이었다.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그에겐 노사개혁, 교육개혁등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경제부총리로서, 위기화하고 있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장의 숙제였는데, 교육개혁까지 나서려 했던 그의 열정은 어찌보면 큰 과욕이 아니었을까.
그의 개혁 열정은 외환위기 원죄론과 함께 막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은 부지불식중 경제관료들에게 어설프게 전수된게 아닌가 싶다.
초선의원으로도 불과 1년도 채 안된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정치인 출신인지 잘 모르겠다. `장관은 정치인이 하는게 맞다`는 대통령의 생각에는 확실히 일리가 있다. 장관은 전문가여야하는게 아니라 전문가를 잘 지휘할 수 있는 리더십과 판단력을 가지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혁을 위한 비전을 가져야하는 것은 더욱더 큰 덕목이다.
그러나 강경식의 교육개혁 열정을 전수받은 경제관료 출신이라면 문제는 좀 다르다.
사실 김진표 부총리가 보여온 교육에 대한 생각은 강경식씨의 생각과 거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는 경제부총리시절 강남집값 안정을 위해 교육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북 특목고, 판교 학원단지 조성등을 기획하기도 했다. 모두가 경제 고비용구조를 바로잡는 측면과 집값 안정을 위해 교육개혁을 해야한다는 논리였다.
반대로 대학교육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고 대학교육은 물론, 교육 자체의 비전은 무엇이어야하는지 도대체 생각조차 갖고 있었는지 알길이 없다.
노 대통령은 경제전문가에게 교육 수장을 맡겨야하는 이유로 `대학교육이 경제계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원하는 산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교육을 개혁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중등교육에 대해서는 공교육으로서 전인교육을 정착시켜가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그런데 청년실업 문제가 대학교육 잘못때문인가, 경제 침체 그 자체에서 파급된 현상아닌가. 기업의 투자가 막히고, 소비자의 지갑이 닫혀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진 상황 그 자체가 청년실업을 심화시킨 것이지, 대학이 교육을 제대로 못시켜 기업들이 이들 청년들 채용을 안하고 있는 것이 주원인은 아니지 않은가.
탓을 하려면 경제를 제대로 못푼 대통령과 정부 스스로를 탓할 일이지, 취직 못하고 있는 대졸생이나 이들을 가르친 대학교육당국을 탓할게 아니지 않은가.
물론 대학교육과 실제 기업 수요와는 차이가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청년 실업 심화의 근본원인을 대학교육당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앞뒤가 안맞아보인다.
사실 기업들이 한결같이 질좋은 대학출신 인력을 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인력은 저렴한 인력을 원하고 기꺼이 고졸출신으로도 채용하겠다고 한다. 대학인력은 산업인력뿐안아니라 의료인력, 인문인력, 금융인력, 법률인력등 다양한 전문 인력 수요와 연결되어 있다. 또 정반대로 MBA를 따고도 기업에 취직을 못하는 것은 보면 `학력 인플레`도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강경식씨처럼 과욕을 부릴 만큼 개혁에 대한 열정이 큰가. 단지 강경식씨의 교육개혁에 대한 단상에 공감해온 후배 경제관료가 아니던가.
경제 고비용구조의 원인으로서 교육과 대학교육이 아닌, 그 자체로서 교육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경제부총리 출신이지만, 정치인 출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그에게 무슨 기대를 가져야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