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며칠 밤새워 야근하고 난 뒤 얼굴이 뻑뻑한 느낌이 들더니 눈이 잘 안 감기고 입이 돌아갔어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더니 구안와사 환자가 늘고 있다. 구안와사는 안면근육이 마비돼 입이 돌아가면서 비뚤어지고 눈도 제대로 감기지 않고 이마에 주름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병을 말한다. 그래서 눈물이나 침이 흘러내리고 귀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맛을 알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노년층에서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구안와사가 요즘 들어 젊은층에도 증가하는 추세다. IMF 이후 장기불황에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다보니 너나 가릴 것 없이 심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려 구안와사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2천년전 한의서인 황제내경이 구안와사를 구와, 구벽이라고 하여 침구치료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봐서 당시에도 구안와사가 많이 발생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구안와사는 중풍으로 인한 중추성 구안와사와 안면신경손상으로 생기는 말초성 구안와사로 나뉜다. 말초성과 중추성 구안와사를 구별하는 방법은 중추성일 경우 팔이나 다리 등 사지마비의 중풍 증상을 수반하지만 말초성은 팔 다리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또 중추성은 이마에 주름이 지어지지만 말초성은 주름이 지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구안와사는 대개 말초성이다.
구안와사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려과다(걱정 근심), 과로, 풍한사(갑자기 찬바람을 쐴 때), 음식상(음식을 잘 못 먹거나 과식하여 비위을 상했을 때), 혈허나 어혈(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될 때) 등이 거론된다.
이 중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사려과다 즉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과로하게 되면 심신이 피로하여 몸의 기력이 떨어지면서 구안와사가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며칠씩 과중한 업무로 지친 상태에서 새벽 운동길에 나섰다가 구안와사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찬바람을 쐬는 것도 좋지 않다. 동의보감은 구안와사의 원인으로 풍사(風邪)를 꼽고 있다. 풍사를 맞으면 풍사가 들어온 쪽의 근육은 늘어지는 반면 정기가 살아있는 쪽의 근육은 그대로 유지되어, 입과 눈이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비뚤어지게 된다고 하였다. 요즘에야 드문 일이지만 여름에 다듬잇돌을 베고 자다가 입이 돌아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과음이나 과식 등 무절제한 섭생도 구안와사의 원인이 된다. 인체를 도는 경맥중 위(胃)의 경맥이 입을 둘러싼 뒤 눈으로 흐르기 때문에 위장에 병사가 들어오면 입과 입술이 비뚤어지게 된다는 것이 동의보감의 설명.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이 구안와사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 하겠다. 이밖에 기혈순환이 제대로 안될 때 생기는 어혈이 있거나 몸이 허약할 때도 구안와사의 가능성이 커진다.
구안와사는 며칠전부터 귀 뒤에 튀어나온 유양돌기주위나 귀속이 아프다고 호소한 뒤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절기나 겨울철에 이 부분이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구안와사로 인한 안면마비가 왔을 때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마스크나 목도리를 두르는 것이 좋다. 눈이 감기지 않아서 눈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안대를 하고, 따뜻한 수건 등으로 마비부위의 안면을 자주 마사지해서 안면근육을 풀어주도록 한다. 과식이나 과음 등으로 소화기 장애를 유발시키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부드러운 음식을 먹도록 한다.
구안와사는 그대로 놓아둬도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도 있고 치료해도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구안와사를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회복이 더욱 더뎌지면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커지므로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해룡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