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너무 젠틀하고 인성마저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神' 뜻 가진 영단어 'god' 접두어로 쓰여 '완벽한' 등의 의미 첨가
'갓생'-부지런한 삶, '갓기'-나이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사람
'갓수'-일 않고도 잘사는 사람, '갓벽하다'-매우 완벽하다
  • 등록 2023-02-17 오후 12:27:50

    수정 2023-02-17 오후 12:29:3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최아리 씨 인스타그램 캡처.
◎다음 < > 속 짧은 상황에서 (__) 안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말은 무엇일까?

<귀차니즘(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것이 습관화된 상태)에 빠져 주말에 집에 있으면 무기력하게 온종일 뒹굴거리기만 하던 형옥이 2023년 새해를 맞아 ‘새해 매일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했다. 친구인 해정을 만나 자신의 계획을 두 달 간 계속 지켜 오고 있다며 뿌듯한 목소리로 자랑하는 형옥. 이에 해정이 이렇게 말한다. 오 새해부터 (__) 살기 시작한 거야?>

1)폼생 2)염생 3)바생 4)갓생

정답은 4번 ‘갓생’이다.

갓생은 ‘신(神)’을 의미하는 영단어 ‘갓(god)’과 인생의 ‘생(生)’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즉 생산적인 일이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학업 및 운동 등을 열심히 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처럼 ‘신’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god’의 발음을 한글로 적은 ‘갓’이 접두어로 쓰이면 ‘완벽한’, ‘특별한’, ‘모범적인’ 등의 뜻을 뒤에 나오는 단어에 부여한다. 어떤 단어의 뜻을 더욱 강조하고 싶을 때 주로 쓴다.

‘갓’과 ‘아기’가 합쳐진 ‘갓기’는 ‘나이에 비해 뛰어난 실력이나 외모를 갖춘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주목받은 어린 선수들을 지칭하는 말로 많이 쓰였으며, 최근에는 어린 나이에 뛰어난 실력 및 외모를 갖춘 아이돌 가수를 지칭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능력만 강조하기보다는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강조할 때도 두루 쓴다.

또 갓수는 ‘갓’과 ‘백수’의 합성어로 일하지 않고도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신과 같은 백수’라는 뜻의 이 단어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냉소도 담겨 있다.

‘갓’은 형용사나 부사에도 결합하는데 ‘갓벽하다’는 ‘갓’과 ‘완벽하다’가 만나서 이뤄진 말로 ‘신과 같이 매우 완벽하다’는 강조의 의미다. ‘갓벽’, ‘갓벽한’ 등으로 활용된다. 마찬가지로 ‘갓직히’는 ‘솔직히’를, ‘갓근히’는 ‘은근히’를 강조하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MBC 기상캐스터 최아리 씨는 제22회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16강 진출의 주역 황희찬 선수와 찍은 인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최 씨는 해당 게시물에서 “월드컵 기간 대표팀 덕분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귀국 직후 바쁜 인터뷰 일정 중에도 너무 젠틀하시고ㅠㅠ 인성마저 갓벽”이라며 황 선수의 인성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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