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뒷감당 책임지라"던 중국, 롯데에 `보복의 칼` 빼들다

中 롯데마트 고객-납품업체 "롯데 강제퇴출 지지"
롯데면세점은 벌써부터 중국고객 감소 `타격`
징둥닷컴 등 온라인몰도 롯데마트관 폐쇄 동참
"최소 113조원 손실로 이어질듯" 전망도
  • 등록 2017-03-01 오후 1:29:12

    수정 2017-03-01 오후 1:29:12

중국 내 한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인들이 ‘한국롯데 중국에서 나가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웨이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롯데 퇴출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하자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롯데 불매운동을 장려하고 나선 영향이다.

중국 글로벌 타임즈는 1일 베이징 둥청(東城)에 위치한 롯데마트를 직접 방문해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마트의 한 직원은 “다른 마트들에 비해 가격이 낮은 편이어서 아직까지는 평소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점차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껌을 납품하는 상인은 “중국 정부가 롯데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면 우리는 롯데의 강제 퇴출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마트를 방문한 40세 쇼핑객도 “이제서야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는 마트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아직까지는 중국내 롯데마트 매출이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롯데 면세점은 이미 중국 방문객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롯데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 직원은 “매장 전체 수입의 70%를 올려주는 중국인 관광객이 사드 배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제품 구매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10% 가량 줄어들어서 파트타임 직원도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상품을 구매 대행하는 동료 중국인들도 롯데의 결정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돈을 벌지 않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도 롯데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2015년 9월 롯데닷컴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사이트 징둥닷컴은 지난 해 7월부터 운영해 왔던 롯데마트관을 전날부터 폐쇄했다. 이와 더불어 징둥닷컴 내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들이 일부 사라지는 등 중국 상인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톈마오(天猫·T몰)도 지난달 롯데 플래그숍을 폐쇄시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지난 달 26일 지린(吉林)성 장난(江南)의 한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인들이 ‘한국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사드를 지지하는 롯데는 당장 중국에서 꺼져라’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치는 모습이 올라왔다. 또 롯데면세점의 공식 웨이보 계정에는 한국 브랜드의 보이콧을 요구하는 게시물과 중국에서 떠나라는 의견 등이 2만건 넘게 게재됐다. 한 웨이보 유저는 “롯데가 중국인들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뒤 한국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즉 우리의 돈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중국 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달려있다”면서 “나는 롯데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최근 중국 대중의 움직임을 인식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중국인들이 이른 시일 내에 롯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며 이는 한국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요녕성) 사회과학원의 량치동(梁啓東) 부원장은 “이번 사태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에 대한 존중 없이 사드 배치가 진행된다면 양국간 무역 및 경제 관계는 최소 1000억달러(약 113조원) 손실로 이어져 좌절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가 롯데에 대한 불매 운동을 부채질한 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아 외국 기업에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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