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금품수수 솜방망이 징계 퇴출…공직사회 '군기잡기'

27일 사회관계장관회의서 9개 부처 징계 강화안 보고
징계부당 소청심사 신청 중 41.4% 징계감면 조치
징계령 개정해 금품수수·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퇴출
  • 등록 2015-03-22 오후 2:52:44

    수정 2015-03-22 오후 5:41:5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 모 대학의 교수 A씨는 노래방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해임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징계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해임 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시 열린 학교 징계위에서는 정직 3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 지자체 소속 공무원 5명은 지난해 휴가를 낸 뒤 직무와 관련된 업체 대표와 해외여행을 갔다. 지자체 감사결과 이들은 수백만 원의 여행 경비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자체는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징계는 견책 또는 감봉 처분에 그쳤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성범죄, 금품수수 등 품위유지 위반에 대해 고강도 징계규정을 마련, 엄단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부패척결’을 선언하며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공직사회에도 ‘군기잡기’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교육부·인사혁신처·여성가족부 등 9개 부처는 오는 27일 교육·사회 문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성범죄 등 품위유지 위반 관련 징계를 강화하는 부처별 방안을 보고하기로 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민간인의 공직 임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재직자의 품위손상 관련 징계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인사처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 1만 3266명 중 8309명(62.6%)가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았다.

현재 공무원은 성폭력·성매매·금품수수로 적발되면 파면이나 해임 처분까지 당할 수 있지만, 비위 정도나 고의성·직무관련성 여부에 따라 감봉·견책으로 끝날 수도 있다. 소청심사위를 거치면서 징계가 감면되기도 한다. 최근 5년간(2010년~2014년 6월) 접수된 소청심사 중 41.4%가 징계 감면 조치를 받았다.

인사처 관계자는 “성범죄, 금품수수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을 올려 징계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빠르면 이번 달 안으로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처의 개정안이 공개되면 다른 부처에서도 이를 토대로 부처별 징계 개정안을 마련한다. 특히 대학교수 등의 성추행 문제로 곤혹을 치뤄 온 교육부는 강도 높은 징계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최근 국회 군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위에 대책을 보고하고 별도의 징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 임용 자격제한을 강화하고, 시행규칙을 손질해 재직자 징계 수위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이번에 부처별 기본 계획을 밝히고 연말까지 품위유지 위반에 대한 후속 대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 부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징계 강화에 나서는 것이어서 종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 등으로 해이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재확립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군, 대학 등 잇달아 공직사회 품위손상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징계 강화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이번 조치가 연금개혁에 반발하는 분위기를 바꾸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즉각적인 효과보다는 정부가 이런 조치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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