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어머 얘, 쭉 뻗은 다리 좀 봐. 어쩜 몸매가 저렇게 ‘착하니’.” “콧날 봐. 예술이다, 예술. 아~ ‘훈훈해’.” 지난 5일 밤 9시 서울 청담동의 카페 ‘74’. 딱 달라붙은 검은 색 슈트 차림의 꽃미남 종업원이 여자 손님에게 다가가 주문을 받는다. 여자들의 시선이 메뉴판에 머무는 시간보다 웨이터의 얼굴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다. 185㎝ 키의 종업원 윤영노(28)씨는 서울컬렉션에 참여한 전문 모델 출신. “사진 찍어달라는 손님도 가끔 있어요. 너무 쳐다볼 땐 민망하기도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향으로 꽃미남을 내세운 ‘총각 마케팅’이 달아오르고 있다. 드라마에서 커피숍 사장 한결(공유)은 꽃미남만 고용하는 전략으로 여자 손님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저 잘 생긴 미혼 남자 종업원 몇몇을 ‘얼굴 마담’으로 내거는 소극적인 방식은 한물간 얘기. 전략적으로 전문 모델이나 연기자 출신을 고용하는 업체까지 생겼다. 체력 단련비·영어 학원비 등 자기계발비 지원으로 꽃미남 영입을 둘러싼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 총각 종업원을 잡아라!=‘완소남(완전소중한 남자라는 뜻의 은어) 모집, 체력단련비 지원’. 얼마 전 KTF와 함께 ‘완소남 마케팅’을 함께 펼친 서울 신사동 씨푸드레스토랑 ‘구기스’가 내건 광고다. 높은 경쟁을 뚫고 선발된 모델 지망생 4명이 한 달 동안 서빙한 결과, ‘크랩 프린스 1호점’이라는 제목의 가게 동영상이 돌 정도로 홍보 효과를 봤다. 여성 외모를 제한하는 것은 ‘여성 차별’이라는 시비에 걸릴 수 있지만, 남성 외모 제한은 아직까지 논란의 사각지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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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新)총각론까지 등장=대형 버스를 개조해 ‘움직이는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무빙몰’의 남현우(38) 사장. 강남·분당·동부이촌동 등 부촌을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그는 ‘무늬만 총각’이다. 결혼 5년차. 하지만 영업을 위해 총각 같은 외모 관리에 신경 쓴다. 알 없는 안경, 모자로 주름을 가리고, 청바지로 젊게 보이도록 한다. “에이, 이건 안 어울려~.” 콧소리 묻은 반말은 아줌마 고객에게 효과 만점이란다. 최근 타워팰리스에 매장을 열고, 조만간 버스 하나를 더 늘릴 계획이라는 남 사장. 그는 “앞으로도 꽃미남 직원만 고용할 생각”이라 했다.
‘총각네 야채 가게’는 총각 마케팅의 바이블로 통한다. ‘누님’ ‘이모’ ‘어머님’ 같은 친근한 칭호를 앞세워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004년 사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3년 만에 36개 체인, 270여 명의 ‘총각’ 직원을 거느리게 됐다. 인사교육담당 임천일씨는 “그 사이 ‘총각’에서 ‘유부남’으로 신분이 바뀐 직원도 있지만, 결혼을 해도 열정이 있으면 총각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유부남 총각’도 그대로 고용하고 있다”며 ‘신(新)총각론’을 펼쳤다.
◆ 꽃미남 직원 ‘몸값’도 높아=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점포 구성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직원이다. 꽃미남 직원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매결정권을 갖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이들의 임금도 높은 편. 일반적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는 시간당 3500원이지만, 꽃미남 총각들은 4500원 정도로 20~30% 정도 높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꽃미남에 사회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이 총각 마케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며 “꽃미남에 대한 남자들의 편견이 사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의 식당 '마이 타이'에서 꽃미남 직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다.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