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학선 이승우기자]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저금리 정책과 부동산 시장의 상관관계를 파악해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권시장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집값 상승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그동안 펼쳐온 확장적 정책기조에서 한 발 물러설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금리인상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며 확대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정책당국이 소잡는 칼(금리)로 닭(부동산)의 목을 치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총리 "부동산-금리 관계 파악하라"
한 부총리는 2일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에 앞서 간부회의를 열고 "부동산 값이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와 세계적 추세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집값이 저금리 같은 거시정책때문이라는 일부 비판이 있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떤 것이 맞는 주장인지도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한 민간연구소들이 `우리나라도 너무 늦지 않게 금리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그 배경과 사례, 시사점 등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정책을 강조해온 재정경제부 수장의 이 같은 지시는 채권시장에 곧바로 `금리인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같은날 한국은행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토지가격 상승이 향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높였다. ☞관련기사
뛰는 집값, 저금리 정책 걸림돌되나"
◇전문가 "금리인상, 초가삼간 태우는 격"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금리인상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실물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금리를 올려 회복엔진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재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 문제만을 고려한 저금리 정책 포기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 포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채권운용 담당자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가 강한 만큼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산 값을 잡겠다고 하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며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식의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분간 저금리 유지..경기회복 땐 달라
정부도 당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부총리도 간담회에서 "행정개입을 통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는 막되 저금리 정책은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에 무차별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정책 대신 문제되는 부분만 칼로 도려내는 미시적 대응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가 본격적 회복기미를 보일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과다한 신용확대가 일어나 지난 80~90년대 자산버블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 2002년 `자산가격변동과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일단 발생한 자산가격버블은 반드시 붕괴되게 마련"이라며 "버블해소를 위한 사전적 노력이 미흡해 정책실기를 할 경우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 등 금융경제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