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생각 주간`이 필요하다

  • 등록 2005-04-01 오후 3:03:22

    수정 2005-04-01 오후 3:03:22

[edaily 문주용기자] 빌 게이츠의 휴일 하루는 값어치가 얼마나 될까. 그가 갖고 있는 재산을 은행같은 금융기관에 맡겨 이자를 계산해봐도 되겠고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일 안하고 생각만 하는 그의 하루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보다 수천, 수만배 가치있을 것이다. 자신의 머리로 세계 최고부자에 오른 빌 게이츠가 일을 하지 않고 머리만 쓰는 생각주간(Think Week)을 가졌다. 그에 대한 관심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기업이라는, 정보를 독식하려는 기업이라는 음모적 시각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가 생각한다`는 그 자체가 지구의 미래에 엄청난 `변수`다. 그가 무엇을 생각해내고, 결정해내는가에 따라 지구촌 IT族이 누리게 될 지식정보의 크기가 달라진다. 95년 그는 무시하던 인터넷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네스케이프가 주도하던 인터넷의 미래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네스케이프를 꺾기 위해 MS의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네스케이프가 MS에 덜미를 잡힌 의미 이상으로, 빌 게이츠의 생각의 결과물인 `인터넷 브라우저 경쟁`이 지금의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MS를 뒤집어놓을 10가지 미친 아이디어`를 비롯한 1백건의 보고서중 어떤 것을 생각하고 결심했는지가 IT업계 CEO뿐아니라 전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관심이다. 그의 `생각의 속도`만큼 IT 발전의 속도는 빨라지고, 우리의 상상력은 확장될 것이다. `생각 주간`이라는 빌 게이츠의 독특한 지식 경영은 미래를 결정할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심사숙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도 `생각 주간`이 필요하다. 지금 한반도는 엄청난 외교 지형이 변하고 있다. 독도 갈등.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등으로 한국와 일본은 갑자기 저 먼 나라가 되고 있다. 여기에 한-미-일 3각 동맹은 좌초 직전이다.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미일동맹은 격상되고, 한일 관계는 적대시화하고 있다. 이 시점에 동북아 균형자론이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소개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쪽 편을 들기보다는 양쪽 사이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성 메시지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에 국민들이 따라가기가 쉽지않다. 동북아 균형자론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인지, 가서는 안될 방향인지를 차치하자. 그 내용 자체보다 이런 전략의 결정과정에서 생각해볼 대목이 많다. 첫째, 외교전략은 외교카드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동북아 균형자론은 외교전략인가 외교카드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전략이 중국과 미국사이 균형을 잡겠다거나, 일본의 배후인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이거나, 북한 문제까지 염두에 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이 부분이 명확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의 장기 외교전략이 단기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카드`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둘째, 이 외교전략이 대통령의 공군 사관학교 연설에서, 정부 당국자의 `일부 비보도` 전제아래서 공개될 성질인가 하는 점이다. 한반도와 주변국간의 근본관계를 모색하는 외교전략은 정부의 전유물이 될 순 없다. 그러기엔 그 의미와 영향이 너무 중대하다. 관계 정부부처, 청와대 당국자의 머리는 물론이고, 학계전문가, 前외교당국자, 국가원로들과 폭넓게 논의해서 성숙시켜야할 전략이다. 전략의 허점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세부전략들이 점검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공개되어서는 안될 신중함과 공개되어도 될 모호함을 갖춰야한다. 세째, 이 전략의 대상인 상대국들의 이해를 구해야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위상 변화를 우려하는 당사국들이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한다. 기존의 동맹의 장점을 더욱 활용하면서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상대국의 신뢰가 있어야 수월하다. 미국이나 일본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쉽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다. 한미동맹은 어쩌자는 것인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미국과의 대화가 부족해서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의 급변을 우려하고 있다. `외교카드`가 아닌게 확실하다면, 동북아 균형자론은 당국자와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정교하게 다듬어야할 외교전략이다. 빌 게이츠 처럼 파격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아니라, 정교하게 다듬고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꼼꼼히 점검할 `생각 주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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