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헌기자] 지난 2002년 중순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스파이더맨`이 돈 한푼 지원하지 않은 삼성전자에게 `복덩이`가 된 적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이 뉴욕 맨해턴 빌딩숲을 누비는 장면에서 타임스퀘어 빌딩에 설치된 `삼성(Samsung)`광고판이 4차례나 등장한 것.
시간은 7∼8초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1억명 이상이 보는 액션대작에 삼성 브랜드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평가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영화제작사가 삼성의 라이벌 소니가 대주주인 컬럼비아 영화사라는 점에서 더욱더 화제가 됐었다. 실제로 소니는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영화 예고편에서 삼성 광고판 대신 USA투데이 광고판을 넣었다가 타임스퀘어 건물주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던 진대제 사장(현 정보통신부 장관)은 맨해턴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그들(소니)이 우리(삼성전자)를 타임스퀘어에서 제거하려 한다"고 맹비난했고, 이 내용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금 삼성은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는 광고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바로 올림픽 덕분이다. 정확하게는 삼성이 육성한 비인기 종목 올림픽 대표선수들 덕분이다.
◇비인기종목 지원, 메달획득..국익공헌 평가해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원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각종 스포츠단 소속 선수들이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도 금밭을 일구고 있다. 특히 메달을 따내고 있는 종목들은 인기가 높지 않거나 철저하게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돼 온 이른바 비인기 종목들이다. 그래서 삼성의 이미지는 한층더 높아지고 있다.
당장 돈 안되는 종목이지만, 오랫동안 투자하고 선수들을 발굴해 메달을 따냄으로써 국가 자존심을 살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삼성전기(009150) 소속 김동문-하태권 조가 금메달, 이동수-유용성 조가 은메달을 따내, 삼성 선수들의 메달 물꼬가 터졌다. 23일에는 삼성생명 소속 유승민이 남자 탁구 단식 결승에서 강적 왕하오(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나 탁구 결승은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 그리고 중국 탁구의 `이면타법`을 깨기위한 특수훈련 등이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면서, 소속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그룹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
앞으로 추가 메달획득이 유력시되는 레슬링이나 태권도 역시 삼성생명과
에스원(012750) 소속 선수들이 많다. 기대했던 김인섭, 임대원 선수가 4강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문의재, 백진국 등 남은 삼성생명 선수들 역시 모두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적 금밭인 태권도 역시 에스원 소속 선수들이 많아 삼성은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마라톤에서는 이봉주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봉주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할 경우 `파브` 구매고객 1500명에게 휴가비로 30만원씩 돌려주는 행사를 마련해놓고 있다.
행사기간 중 `파브`특별 할인판매를 통해 LCD TV는 30만원, 프로젝션TV는 20만원, 완전평면TV는 20만원씩 할인해 준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림픽 종목을 후원하는 기업이 다수 있지만, 삼성처럼 다양한 종목, 그리고 비인기 종목을 오랫동안 지원해 온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삼성그룹 대표가 아니라 국가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따긴 했지만, 이를 통해 삼성의 이미지도 한층 제고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기업의 목표가 수익추구이긴 하지만 요즘 사회공헌이 큰 화두로 등장한 마당에 삼성이 사회공헌 뿐 아니라 스포츠를 통한 국익공헌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