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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기다렸다는 응원 티 배 옹완(여·22)씨는 “베트남에선 한류스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서둘러 나왔다”며 “한류스타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은 삼성전자(005930) 갤럭시S8을, 화장품은 페이스샵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유학 중인 황삑리엔(여·25)씨는 방학을 이용해 베트남에 들어왔다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류박람회 개최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행사장을 찾았다.
국내 방영 중인 ‘당신이 잠든사이에’, ‘사랑의 온도’ 등을 애청하는 ‘한드(한국드라마)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워낙 한드를 좋아하다 보니, 저와 친구들은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한국 화장품만 사용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이콘 공연 앞두고 ‘한국 체험존’ 인산인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코트라(KOTRA)가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호치민 한류박람회’가 현지인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한류 열풍을 한국 상품 마케팅에 활용한 한류박람회는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에 이어 올해 네 번째 열리는 행사.
특히 우리 수출시장에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베트남에서 열리는 첫 한류박람회이기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여 준비했다는 것이 코트라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웹툰, 애니메이션, 방송 컨텐츠, 게임 등을 관람하는 체험존은 한참을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을 전후로 베트남 한류 팬들이 짬을 내 한국 제품을 보고, 듣고, 쓰게 만들려던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김재홍 코트라 사장은 박람회장을 둘러본 뒤 “한류 열기가 강한 곳이어서 그런지, 우리 제품에 대한 호응이 다른 나라보다 유별나게 높은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우리 기업 100여곳이 1000개 이상의 제품을 전시하며 해외 바이어 350여개사를 맞았다. 베트남 뿐 아니라 캄보디아 등 이웃나라 바이어들도 행사장을 찾앗다. 특히 상당수 우리 기업이 박람회를 전후해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도 거뒀다는 평이다.
한류박람회, 문화와 경제 잇는 융합 첨병으로
휴대용 립스틱·마스카라 등을 생산하는 화장품업체 도영F&B는 박람회 기간중 베트남 이노 뷰티그룹과 100만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 한영민 코스메틱 이사는 “사전에 접수된 수출상담 건수만 100건이 넘어 놀랐다”면서 “앞으로 베트남에서만 연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9270만명, 2016년 기준)와 30세가 안되는 젊은 평균연령을 발판으로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베트남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고전했던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 베트남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연어오일 크림을 생산하는 크리에이트스킨의 서동연 대표는 “한-중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연 40억원 규모의 홍콩 수출액이 10분의 1 토막이 났다”고 털어놨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은 크리에이트스킨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 수출 덕분이었다.
지난 8월 베트남에 연어오일 크림 3만개(약 4억원)를 수출하면서 ‘거래 물꼬’를 튼 크리에이트스킨은 이후 석달간 맺은 수출 계약 물량이 8만개에 달했다. 서 대표는 “베트남은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면서 “우리에겐 새로 찾은 ‘노다지’같은 나라”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류는 국가이미지와 브랜드 인지를 제고하는 유효한 수단임이 연구와 통계를 통해 입증됐다”면서 “이제는 단순한 문화·관광한류가 아닌, 수출 등 경제한류로 연계하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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