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융이야기]왜 연금보험은 카드납부가 안될까?

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 배우는 금융상식
  • 등록 2015-04-11 오후 1:20:32

    수정 2015-04-11 오후 1:20:32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Q. 다음 예문 중 옳은 것은?

① 빵집에서 단팥빵을 샀더니 카드결제가 되고 곰보빵은 카드결제가 안됐다.

② 같은 보험사 상품인데 암보험은 카드납부가 되고 변액보험은 현금결제만 됐다.

③ 국민연금을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답은 2번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입니다. 같은 보험사 상품인데 어떤 보험은 카드로만 결제되고 어떤 보험은 안된다는 게 1번과 무엇이 다른지 선뜻 이해가 안되죠.

그러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5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교보·한화·ING·푸르덴셜·PCA생명·교보라이프플래닛 등 6개 생명보험사은 보험료의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보험료 수입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암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만 가능합니다.

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수료를 둘러싼 보험업권과 카드업권의 기나긴 싸움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7월. 보험사와 카드사 간 전쟁의 신호탄이 터졌습니다. 강기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보험업 개정안이 계기였습니다. 보험료를 납부할 때 신용카드나 전자결제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보험계약자의 불만을 낳고 있다며 신용카드 등을 통해 납부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내용이죠.

당장 보험업계가 발끈하고 나섭니다. 당시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료의 신용카드 납부를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신용카드는 보험계약자의 부채이기 때문에, 신용카드로 금융거래를 결제하는 것의 허용 여부는 신용카드 인수자인 보험사의 선택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방식을 법으로 강제할 경우 카드 수수료가 보험료에 반영되면서 소비자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카드업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예금, 적금이나 도박 등을 제외하고는 카드납부를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결제수단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당시 이 싸움은 한때 금융감독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까지 번집니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에게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자동납부받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위는 보험료의 신용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합니다. 금융위는 강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반대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강 의원의 법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계류돼 있죠.

연금보험은 일종의 ‘저축’인 만큼 ‘부채’인 신용카드로 내는 것은 옳지 않고 카드수수료 역시 비용인 만큼 카드로 결제하면 그만큼 보험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보험사의 항변은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연금마저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에서 다양한 결제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 불합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보험비를 카드로 결제하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소형 생명보험사에서는 상품 종류에 상관없이 카드결제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또 본사 방침으로는 카드 자동이체가 금지된 보험사라도 영업점에서 카드정보를 저장해뒀다가 매월 결제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편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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