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르네상스가 지난 14년 동안 60억달러(6조1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미국 의회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조사위원회는 르네상스 헤지펀드가 첨단 구조화 금융상품을 통해 60억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이 헤지펀드는 수학자 출신의 세계 최고 펀드매니저로 유명한 미국의 제임스 사이먼스(76)가 운영 중이다.
조사위는 최근 세금 탈루 의혹을 받는 십여 개 헤지펀드를 조사해왔고, 이 가운데 르네상스와 조지 와이스 어소시에이츠가 주 타깃이 됐다.
조사위원회는 르네상스가 소위 `바스켓 옵션`(basket option) 상품을 통해 탈세했다고 주장했다. 바스켓 옵션은 기초자산 가격들의 가중 평균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옵션이다. 르네상스는 도이치방크와 바클레이즈에 개설된 계좌를 활용해 바스켓 옵션 거래를 했다. 옵션 상품을 불과 수 초간 보유하면서도 장기 보유한 것처럼 신고해 르네상스가 60억달러의 세금을 덜 냈다는 게 상원 조사위의 결론이다. 미국은 일반소득에는 39% 과세를 적용하지만, 장기자본소득의 경우 20%만 부과한다.
이 과정에서 계좌를 빌려준 바클레이즈와 도이치방크는 10억달러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 두 은행은 각각 작년과 2010년 관련상품을 판매 중단했다.
민주당 소속인 칼 레빈 상원 조사위원장은 “헤지펀드가 의심스러운 구조화 상품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고 수십억 달러의 국고를 축냈다”면서 “이런 식의 세제혜택을 받을 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관련회사들은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마크실버 르네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모든 거래는 세금을 염두에 둔다”면서 “바스켓 옵션 거래는 전적으로 허용된 거래”라고 반박했고, 도이체방크도 “모든 옵션거래는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