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 지원이나 통화당국의 초저금리 정책이란 외부 변수 덕이었지만 어쨌거나 주택 시장은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던 지난 2007년 이전 몇 년간 주택 및 부동산 시장에 끼었던 거품은 많이 제거됐다. 워낙 재고가 줄어서이긴 하지만 내구재 주문이 늘어나면서 공장이 속도를 높여 돌아가고 있다. 연말 소비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선 상당히 견조한 편이다.
그렇다면 곧 시작되는 2010년 미국 경제는 몸을 다 추스르고 성장 국면에 돌입할 수 있을까. 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결자해지가 가능할 수 있을까란 이 중요한 질문을 풀 열쇠는 고용이 쥐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의 실업률은 10.0%를 기록했다. 전월 10.2%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 수다. 11월 중 사라진 일자리 수는 1만1000개로 2007년 12월 경기후퇴(recession)가 공식 시작된 이래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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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1월만의 실업률 하락과 일자리수 감소를 두고 추세라 말하긴 어렵다. 일부에선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임시직이 늘어난 것이 실업률 하락의 배경이었다고 보기도 한다.
고용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은 골치아픈 문제다. 고용이 늘어나지 않은 채 회복된다면 소득이 감소해 소비는 계속 위축 국면을 이어갈 것이고, 내수 중심 기업들의 경우 투자가 위축되면서 결국 성장세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 더블딥은 불가피한가
전문가들은 4분기 경제 성장률은 재고 감소에 따른 제조업 확장, 억압됐던 소비 확대 등에 힘입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빠져나올 경우 이런 추세가 자생적으로 이어지 수 있느냐 여부다. 출구 전략이 구사될 경우 다시 후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dip)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을 걷어버리기엔 아직 확신이 부족하다.
퍼스크 퀀드런트의 맥스 다넬 수석투자가(CIO)는 만약 신용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더블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되며 회복이 진행,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면 내년 미국은 1970년대 이후 40년만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IMF의 존 립스키 부총재는 그래서 현 상황에서 부양책을 철회하는 것은 민간 수요가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금융 안전성이 강화되는 것을 목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