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밀亂… `밀의 공포` 여름까지 간다

美농무부 전망에 각국 수출 규제로 밀값 수직상승
CBOT·MGEX 등 거래소 밀 가격제한폭 확대
전문가 변동성 경고‥국부펀드도 뛰어들 수도
각국 밀 수출 규제‥수입국과 수출국간 분쟁 조짐
  • 등록 2008-02-28 오후 12:10:57

    수정 2008-02-28 오후 12:10:57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MGEX)는 126년간 봄밀 거래를 중개해왔지만, 금융가에선 거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주변 시장이었다.

국제 밀 가격의 기준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가격.

그러나 최근 MGEX의 대표 상품인 고급 봄밀 가격이 지난 25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부터, MGEX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금융시장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이달 들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밀값이다.

◇천당과 지옥 오간 밀값‥CBOT·MGEX 제한폭 확대

▲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밀 3월물 가격 추이. 단위는 부셸당 미국 센트. (출처: 로이터통신)



밀값 급등세에 실수요와 함께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밀값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 밀 5월물 가격은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블룸버그통신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밀 5월물 가격은 한때 부셸당 13달러50센트까지 뛰었다가 10달러80센트까지 떨어지기도 해, 장중 22%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CBOT는 이 달 초 연일 가격제한폭까지 뛰는 밀값을 진정시키려고, 지난 11일 일일 가격제한폭을 30센트에서 60센트로 두 배 확대했다.

MGEX의 상황도 비슷하다. MGEX도 최근 봄밀 가격 급등세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봄밀 3월물 가격제한폭을 없앴다.

◇25일 밀의 공포‥투기가 부른 변동성

지난 25일 봄밀 가격은 전일 대비 20% 상승한 부셸당 23달러15센트까지 뛰어, 역대 사상 최대 일일상승폭을 기록했다.

MGEX 장내 트레이더들은 25일 기록을 불신하고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고, 이 탓에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치마크 트레이딩의 잭 라블론드 회장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밀을 사들이거나 또는 급격히 포지션을 줄이거나 하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며 "포지션을 정리하는 쪽은 위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세가 펀더멘탈에 의한 건강한 상승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증거는 변동성. MGEX의 마크 바간 최고경영자(CEO)는 "MGEX가 전례 없는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MGEX는 봄밀 관련 상품(선물, 옵션, 지수 등)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6800계약에서 올해 9600계약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CBOT에서 하루 평균 12만3000계약이 성사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부펀드가 상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상품시장의 투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기사: `큰손` 국부펀드, 상품시장으로 몰려든다
 
모간스탠리의 보리스 슈레이어 상품 전략부문 대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국부펀드가 투자 전략을 세분화해 상품 시장에 더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 작황 우려`+ `각국 수출규제`

CBOT의 밀 가격은 지난해보다 150% 뛰었고, MGEX의 봄밀 가격은 무려 350% 폭등했다.

이처럼 밀값을 밀어올리는 이유는 수급 전망과 각국의 밀 교역 규제 움직임. 공급 부족도 문제지만 밀 교역 규제에 나선 각국이 밀값을 더 밀어올린 모양새다.

미국 농무부가 지난 8일 올해 곡물 수급 전망을 발표한 뒤 밀값 상승 곡선이 가파르게 변했고, 카자흐스탄이 지난 25일 밀 수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밀값이 폭등세를 보였다.

미 농무부는 올해 미국 밀 재고량이 6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밀 재고도 30년 만에 최소로 내다봤다. 호주, 캐나다, 중국 등도 가뭄으로 밀 수확에 어려움을 겪었고, 밀 생산국의 악천후는 계속해서 공급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국제 밀 가격의 기준이 되는 CBOT의 밀값뿐만 아니라 고급 밀인 MGEX의 봄밀 가격까지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린 것은 카자흐스탄의 수출 규제 검토 소식이었다.

◇각국 밀 수출 제한 서둘러‥`분쟁 조짐도`

카자흐스탄은 지난 25일 지난해 12월 약 19%를 기록한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3월1일부터 밀 수출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전후로 밀 수출국과 수입국은 소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밀 수출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밀 수출국은 공급을 줄여 밀값 불안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중국 등 밀 생산국들도 자국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 반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중국 등 5개국은 세계 밀 거래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수입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터키는 오는 5월15일까지 밀을 비롯한 곡물 일부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요르단은 6개월간 소비할 수 있는 밀을 보유고에 쌓기 위해 밀 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분쟁 조짐까지 나타났다.

시리아가 최근 밀 수출 계약 일부를 취소하자, 이집트 언론은 시리아가 밀을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밀가루 수출을 금지했다.

◇단기간 해소될 문제 아니다‥수확량 증가 기대?

밀값 고공 비행으로 밀 경작지가 확대돼,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고, 그 때까지는 각국의 밀 사재기와 투기 수요가 밀값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 농무부는 올해 3대 곡물인 옥수수, 대두, 밀 등의 경작지가 2억2500만에이커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1984년 이후 최대. 미국 밀 경작지는 지난해 6000만에이커에서 6400만에이커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 밀 수확량이 기후만 따라준다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레이크프론트 퓨쳐스 앤드 옵션스의 존 마커스 회장은 "트레이더들이 얼마나 많은 농부들이 앞으로 몇 달간 밀을 심고, 기후가 얼마나 많은 밀 농사를 망칠지 몰라 변동성이 증가했다"며 "낙관과 비관 양측 모두 두려워하고 있어 밀값 고공 비행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말했다.

스미토모의 히가키 겐이치로 펀드 운영팀 대표는 "오는 6월이나 7월에 겨울밀 공급량을 확인할 때까지 우려는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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