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정책 자체보다는 '포장'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지난 3월 초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 초안이 모 일간지에 의해 공개됐을 때 정부는'화들짝' 놀라 "OECD가 한국 경제의 상황과 정책 배경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며 "OECD에 보고서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반발했다.
OECD는 초안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가 '반시장적'이기 때문에 철회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정부는 즉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OECD 본부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절단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 정부 경제부처에서 내로라 하는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 20일 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를 보면, 이런 정부의 설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OECD는 한국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나 분양 원가 공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 이유도 정부의 개입정책이 민간의 주택시장 공급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반시장적'이라는 말이다.
2주택자 이상 양도세 중과 정책이 (부동산 거래의) 잠김(lock-in) 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그대로다. 잠김효과는 주택보유자들이 양도세 부담으로 집을 팔지 않는 현상으로 국내 전문가들도 이 같은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지난 3월 OECD 보고서 초안 당시 "반시장적이기 때문에 철회해야 한다'는 평가에서 바뀐 내용은 '반시장적'이라는 말이 빠지고 '단계적'이라는 말이 삽입된 것 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반시장적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장이 잘못 돌아가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어찌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정부 개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고 방지책을 세우는 일이다.
OECD의 한마디 평가에 사절단까지 파견해 법석을 떠는 모습은 후진국의 냄새가 난다. 정부의 야단법석에도 불구하고 OECD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바꾸지 않았다.
사슴(반시장적 정책)을 끝까지 말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땅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을 지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