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 속 나홀로 ‘선방’…삼성SDI 호실적 비결은

LG·SK 적자 기조 속 2000억대 흑자 유지
‘신중 투자·프리미엄 제품 판매 전략’ 통해
최윤호 대표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 주문
올해 투자 유일하게 늘려…“초격차 확보”
  • 등록 2024-05-01 오후 3:47:38

    수정 2024-05-01 오후 7:02:2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전기차 시장 둔화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올해 1분기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실적 방어에 성공한 삼성SDI의 사업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비한 신중한 투자 기조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 중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한 1분기 영업이익에서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1573억원을 냈으나 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 전환했다. SK온은 AMPC 385억원을 포함한 영업손실 3315억원으로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와 달리 올해 처음으로 AMPC를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한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세액공제 467억원을 포함, 2674억원으로 집계됐다. AMPC를 제외해도 220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유지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SDI 경기 용인시 기흥본사 전경.(사진=삼성SDI)
삼성SDI(006400)가 펼쳐온 제품 고급화 전략이 전기차 수요 둔화 속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차량에 탑재되는 ‘P5’ 배터리의 견조한 판매와 미주 ‘P6’ 배터리 공급 개시로 인한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호실적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그동안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앞세워 고급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 왔다. 주요 고객사로는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두고 있다.

투자 전략에서도 경쟁사들과 차이를 보인다. 올해 업황 둔화로 허리띠를 졸라맨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SDI는 투자 규모 확대를 예고했다. 46파이와 전고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SDI의 해외 생산 거점 설립이 경쟁사 대비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임에도 보수적인 투자로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위기 상황이 펼쳐지자 이 같은 신중한 투자 결정이 재주목받고 있다. 실제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럽 수요 위축에 따른 현지 공장 가동률 하향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삼성SDI의 전략은 최윤호 대표의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 경영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SDI는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내에서 투자하는 기조를 유지해 자금력을 키워온 만큼 올해 북미 지역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 내) 합작법인(JV)을 더 확대하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사진=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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