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격전지’로 떠오른 유럽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신차 출시 계획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유럽은 최근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출시를 통해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 내 인기가 높은 중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수요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 기아 EV9. (사진=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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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 기아는 올해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을 출시한 데 이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EV3·EV4 등 중·소형 전기차도 내년 글로벌 출시와 함께 유럽 내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도 경차인 캐스퍼 전기차 모델과 중형 SUV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내년 초 선보인다. 특히 현대차의 준대형 SUV 아이오닉 7도 내년 글로벌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유럽내 전기차 라인업이 더욱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공개된 신규 EV 라인업 및 EV 브랜드 차량. (사진=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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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의 유럽 내 전기차 라인업 확대는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올해 10월 누적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7.9% 늘어난 1만2182대를 판매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유럽 전체 시장 판매량 증가 폭이 이를 상회하면서 현대차·기아의 현지 점유율은 소폭 떨어진 것이다. 이에 지난해 10월에는 점유율 11%를 넘기며 3위에 올랐지만 올해 10월에는 8.4%로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유럽은 현재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강행하면서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매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10월에만 전년 동월 대비 24% 늘어난 26만대의 전기차(PHEV 포함)가 판매되는 등 두자릿수 성장률이 매월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전반적으로 전기차 성장폭이 둔화하며 수요가 위축하는 모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내년에도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내년 유럽 전체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치지만 전기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내 순수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내년 20%를 돌파하고 사실상 전기차로 분류하는 PHEV까지 포함하면 이를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 그룹으로서는 위축된 수요에 대응하되 전기차 경쟁력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처럼 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도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등 완성차 제조사간 점유율 싸움도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완성차 그룹별 전기차(PHEV 포함) 판매량 점유율 9%를 기록, 유럽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시장 참여자)로 떠올랐다. 이어 3월부터는 꾸준히 3위 자리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올 들어 10월 기준 점유율 5위로 밀린 현대차그룹은 신규 전기차 출시를 통해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영국과 스코틀랜드 등 유럽 곳곳에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전기차 기술력을 인정받은 데 따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아이오닉6는 최근 ‘스코틀랜드 올해의 차’와 ‘2024 아일랜드 올해의 차’에서 최고 영예를 안았다. 또한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탑 기어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 N을 올해의 차로 기아 EV9을 올해의 패밀리카로 선정했다. 이 밖에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에서 주관하는 골든 스티어링 휠 어워드에서도 현대차 아이오닉6가 미드사이즈 부문, 기아 EV9이 패밀리카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유럽 내에서 상위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며 “결국 방향성은 (전기차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체적 수익성을 확보하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